구설교

장년
예람지기 2008.02.10 00:00:00
1194
  • 일자
    2008-02-10
  • 설교
    손상률 목사
  • 성경
    에스겔 27:1~9
선지자 에스겔은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두로를 하나의 거대한 선박에 비유하고 그 화려한 내막을 소개하였습니다. 그 배에는 여러 사람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자기의 맡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도 그발의 노인과 박사에게 배의 틈을 막는 일을 맡겼습니다. 배의 틈을 막는 역할은 겉으로 보기에 별로 중요하지 않는 직책 같으나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될 요긴한 직책입니다. 이것을 최고의 경륜과 지식을 가진 노인과 박사가 맡았다고 하였습니다.


1. 공동체의 특징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혼자 사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서로 어울려서 연합하는 삶을 살게 하였습니다(행 17:26-27). 특히 그리스도의 교회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공동 운명체입니다.

(1) 은사의 다양성

한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성향의 개성과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출신 배경과 성격, 교육 수준과 의식구조 등 사람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만 같은 배를 타고 가는 이상 그 배의 안전한 귀항을 위해서 협력하며 뜻을 모아야 됩니다. 배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기능에 따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직책과 역할에 충실 해야만 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여러 사람이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협력을 못하게 되면 낭패를 겪는다는 뜻입니다. 건강한 사회 또는 이상적인 교회는 여러 가지 성향의 사람들을 포용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한 방향의 목표를 향하여 매진합니다.

(2) 희망적인 사업과 활동

어떤 집단이든지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부여합니다. 여기 두로의 배에는 시돈과 아르왓 거민 중에서 사공을 뽑고 실력 있는 박사를 선장으로 기용했다고 하였습니다. 또 그발의 노인과 박사를 불러 배 밑창에 들어가 틈을 막게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전투력이 뛰어난 바사와 룻과 붓의 군대들을 용병으로 불러 그들에게 무장을 시킨 다음 배를 호위하게 하였습니다. 12절 이하에 보면 그들의 사업 내용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것을 소개하였습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 무역을 하면서 최대의 이익을 남기는 등 화려한 사업을 펼친 것입니다.

(3) 인간세계의 불완전한 요소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이나 마음먹은 대로 다 잘 될 수는 없습니다. 예기치 못한 풍랑과 시련에 봉착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20세기 최대의 해난 사고로 기록된 타이타닉(Titanic)호의 경우 영국인의 자존심을 걸고 완벽한 불침선(不侵船)을 만들었다고 큰소리 쳤으나 그 배가 처녀 출항한지 5일 만에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구조적인 한계는 언제든지 이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범죄한 인간의 불행을 예견하시고 거기에 대비하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곧 죽음에 처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것입니다. 여기 노인과 박사로 배의 틈을 막게 하는 것은 이 시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전개하는 구원운동의 특징을 나타내 주는 것입니다.


2. 배의 틈을 막는 사람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인간만능을 내세우면서 예고된 멸망을 눈치 채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마치 거대한 두로의 배가 밑창에서 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 배의 틈을 막는 자는 하나님의 계시에 민감하여 인류 공멸의 불행을 막아보고자 선지자의 역할에 충실한 교회와 성도들에 해당됩니다.

(1) 숙련된 전문인입니다.

9절에 “배의 틈을 막는 자”란 배의 이음새를 만들고 그것을 부착하는 목공(木工)을 지칭합니다. 배의 밑층에 들어가서 물이 새어드는 것을 막기 위하여 역청이나 솜 같은 것으로 틀어막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자칫 매우 하찮은 일로 여길 수 있지만 노인과 박사가 맡아야 될 만큼 숙련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박사는 공부를 많이 하여 지식과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실력자입니다. 적어도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식견을 갖춘 최고급 인재를 말합니다. 교회는 신령한 지혜와 신앙의 지식을 갖춘 인재를 배양하는 기관입니다. 요셉이나 다니엘처럼 성령의 밝은 지혜를 가지고 침몰하는 세상을 구하는 역할을 하게 합니다.

(2)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발의 노인은 오랜 해상 생활의 체험을 통하여 배의 안전을 생각할 수 있는 남다른 경륜을 지닌 자입니다. 박사의 지식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노인의 경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랜 인생의 경험을 통하여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고 성공과 실패의 체험들이 살아 있는 지식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잠언 16:31에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고 하였습니다. 백발이 되도록 만고풍상을 겪으며 믿음으로 의로운 길을 걸어온 노인들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욥기 8:8에 “청하건대 너는 옛 시대 사람에게 물으며 조상들이 터득한 일을 배울지어다”고 하였습니다.

(3) 비방(秘方)을 가진 사람입니다.

박사의 학문적 지식과 거기에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노인의 경륜은 신통한 비방을 발휘하곤 합니다. 배가 운행하는 동안 어느 구석에서 물이 스며드는지 알아냅니다. 소리만 듣고도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합니다. 위기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신속히 대처하는 순발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경험 없는 사람들은 공식을 들이대고 그것이 먹히지 않을 때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경륜 있는 노인은 침착하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도 소리 없이 거뜬히 해결하고 맙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수없이 많은 죽음의 위기를 겪으면서 체득한 비방이 있기 때문입니다.


  3. 하나님이 인정하는 사람

하나님께서는 시대마다 그가 필요한 사람을 불러서 적절하게 일을 맡기십니다. 특출한 영웅을 일으켜서 역사의 주역으로 쓰기도 하시고 때로는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을 불러서 더 요긴한 일을 맡기기도 하십니다. 여기 배의 틈을 막는 자도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요긴한 인물입니다.

(1) 알려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어느 때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기술자는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습니다. 배에 있는 직책 중에 선장의 경우 화려한 제복과 품위 있는 모습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서서 선원과 승객들을 통솔합니다. 사람들은 선장을 가장 무게 있고 두려운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제복을 입고 좋은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관장, 갑판장, 항해사, 기관사, 또는 승객과 화물을 관리하는 사무장 등 제각기 기능에 따라서 보직을 맡고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배의 틈을 막는 자는 지정된 자리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발휘할만한 권한도 없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인정받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어느 구석에 있는 지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평소 같으면 있으나 마나 한 자리로 취급받습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터지면 숨 가쁘게 불러다 쓰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냐는 식으로 쉽게 잊혀 버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세상에 천한 것들, 멸시 받는 것들,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능가하게 하신다고 하였습니다(고전 1:27-29).

(2) 소수의 사람입니다.

옛날 선지자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의 종말을 내다보면서 그들 중에 공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멸망을 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렘 5:1). 결국 예루살렘이 바벨론의 침공을 받고 폐허가 된 것은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배의 틈을 막는 일은 그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그 방면에 노련한 박사가 맡아야 되겠지만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일 자체가 궂은일이고 또 사람이 잘 알아주지 않는 일입니다. 더욱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배우고 관록이 있는 박사이거나 노인일 경우 그런 일을 시키면 무시당한다는 기분으로 반발하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보잘것없이 여기는 일을 자원하여 수행하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든든히 세워져갑니다. 예수님께서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고 하였습니다(눅 12:32).

(3)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배의 틈을 막는 사람은 어쩌면 선원의 숫자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배의 틈을 막는 자」라는 보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역할은 누가 해도 하여야만 되는 일입니다. 아무리 크고 화려한 배라 하더라도 물이 스며들게 되면 결국 침몰하고 맙니다. 물은 틈만 있으면 어디든지 새어들어 갑니다. 선체가 크거나 하중이 무거울수록 물이 새어들 확률은 높습니다. 배안에 아무리 유능한 선원이 많이 있고 또 지명도 높은 승객이 타고 있어도 작은 틈새를 막는 한 사람이 없으면 그 배는 반드시 불행스러운 종말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자는 많으나 봉사자가 없으면 교회가 기우뚱거리게 됩니다. 요란하게 떠드는 여러 명의 말꾼보다 한 사람의 소리 없는 일꾼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이라야 보이지 않는곳 까지 찾아다니면서 배의 틈을 막곤 합니다. 그런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는 자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하나님은 힘을 실어주십니다. 그 어느 때나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고전 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