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교회-자유게시판 (go SGHUAMCH)』 1407번
제 목:이야기 한 토막...
올린이:well (한동신 ) 99/11/29 23:52 읽음: 2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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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읽던 동화책에 있었던 별로 동화같지 않은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글을 잘 못써서 괜히 잼있는 예기 다 망쳐놀까 걱정되긴 하지만...괜찮죠?
하루종일 아무도 만날 수 없었던 독방에 오래도록 갇혀 지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젠 자기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아니 왜 이곳에 들어오게 됐었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는 미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1 부터 10000 까지의 숫자를 바닥에 쓰고, 지우는 일,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정말 놀랍게도 반 지하실의 천장 바로 아래 있는 오래전에 막혀버린 창문에서
얇은 빛 한줄기가 새어 들어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분명 대수롭지 않았겠지만
그건 그사람에겐 생명과 같은 빛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한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사람은 저 창문턱에 올라갈수만 있다면 어쩌면 저 작은 틈으로
바깥 세상을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높이 있는 창문틈에 올라가는 건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시간의 노력 끝에 가까스로 그곳까지 올라가서 본 문틈의 세상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 후로 그 사람은 하루의 절반정도 아니 삼분의 이 이상을 그곳까지 올라가는 일에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김없이 힘들게 올라선 창문턱에서 그는 전에 없던 심각한 걱정에 사로잡혔습니다.
'여길 내려갔는데 이제 내게 힘이 없어 다시 올라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보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리고는 이사람은 다시는 이곳을 내려가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몇년이 흐른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창문턱에 앉아 죽은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왜 이사람이 여기서 죽어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그 방문만 나서면... 긴 복도를 지나...
그가 그토록 그리던 세상으로...
얼마든지 나갈 수 있게 감옥문이 활짝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