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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2001.05.07 2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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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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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마치 멜로영화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보여
지던 영화는 중반부와 후반부를 거치면서, 그 멜로의 아름다움을 상
실하게 된다. 그것도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단 몇십분이 아니라면
이 영화는 그냥 좀 재미있는 일본식 멜로영화가 되버렸을 것이다.

사람의 욕망은 어디까지 일까? 라는 인간 고유의 본성대로 사람은 흔
히 돈이 좀 있고 약간의 권력이 있으면 자신외의 인간을 평가하려 든다.
그것도 자기의 기준으로, 자기 방식대로 인간을 평가해 버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김없는 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영화상에 오디션을 보러온 많은 여성들 또한 그런 평가받는 존재들인 것이다.
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불러 들였지만, 그들은 주인공에겐 무의미
한 존재들이었고, 그 장소가 오디션이라는 순수한 의미를 가지지 않았기에
오디션의 의미는 이미 초반부터 퇴색되어 버렸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오디션이라는건 두 주인공의 만남을 위한 하나의 기초가 되었을 뿐이다.

어찌하였든, 주인공을 마음을 빼앗아 버린 작문의 주인공. 그녀는 삶의
질곡이 꽤 컸던 여인이었고, 피해의식과 복수심에 불타 자신을 잃어버리
고 숨기려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어린시절부터 그녀의 주위엔 온통 정상
인의 수치를 넘는 인간들이 많아 결국 삶의 정상적인 궤도를 잃은 가련함이
남은 모습이고, 그런 인간 군상들이 그녀를 만들어 내었다는 점에 대해서,
사회는 무척 비정하고 더러운 곳이다.

자신외의 다른 것들을 사랑한다고. 자신을 속였다고 분노하는 여인
은...자신이 주는 것만큼 받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삐뚤어진 단면을
나타낸 것일게다. 그와 반대로 즐기면서 상품을 고르듯 여자를 고르
는 남자주인공은 돈많고 허영심많은 남자들의 욕구를 빗대어 말한
것이다.

무라카미 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90년대 일본 문학의 중요
한 코드이다. 무라카미 류는 조금은 차갑고도 허무하게 인간의 단면
을 해체해낸다. 오디션은 그런 그의 작업의 일환인 것 같다. 영화상
의 있어서 재미나 커다란 감동같은 것은 없으나, 나름대로 인간의 내
면을 잘 잡아내고 심리를 읽어내 알 수 없는 공포를 자아내는 것에
는 성공한 듯 싶다.
그러나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왜냐하면, 그런 아픔을 느끼
기 하기보다는 엽기에 가까운 두려움을 낳기 때문이다.

2001. 5. 7 (화) 새벽에..

Rainbow C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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