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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2000.11.16 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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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곧 이학기가 개강을 할 겁니다.
> 그녀는 오늘도 내 옆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 그녀는 점점 이뻐지는거 같습니다.
> 학기가 새로 시작하려고 하니까 도서관에 사람이 빽빽합니다.
> 이런 날은 메뚜기가 기성이지요.
> 올해도 풍년이 들어야 할텐데...
> 친구가 찾아와서 당구를 치자고 꼬셨습니다.
> 그래 한게임치지 뭐.
> 당구를 멋지고 가뿐하게 시범삼아 져주고 도서관에 왔습니다.
> 아니 근데 이게 왠일이랍니까?
> 그녀의 자리에는 다른 여학생이 앉아 자고 있었고 내자리에는 그녀가
> 앉아 또한 자고 있었습니다.
> 참 이거 난감하군요.
> 깨우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마땅히 앉을 빈자리도 없었습니다.
> 그녀한테 말도 못거는데 도저히 깨울 수는 없었습니다.
> 할 수 없이 커피하나 뽑아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멀뚱멀뚱 지나가는
> 사람 쳐다보면서 담배만 피고 있었습니다.
> 한참 그러고 있었는데 아까 내자리에서 자던 그녀와 그녀의 자리에서
> 자던 묘령의 여자가 재잘거리며 도서관을 나오더군요.
> 또 난감합니다.
> 앉을 벤취가 마땅한게 없었나봅니다.
> 내가 앉아 있는 벤취에 앉더군요.
> 그렇게 도서관에서도 내옆자리에 앉더니만 벤취에서도 내옆에 앉고

> 었을까요?
> 앉아서 참 많이도 재잘거리더군요.
> 굴러온 돌이 박힌돌을 뽑는다고 괜히 담배피는 나에게 시비를 그녀가
> 걸었습니다.
> 별로 연기가 그리로 가지도 않았건만 그녀가 두손으로 연기를 내쪽으

> 보내는 시늉을 했습니다.
> 그것도 모자라 나중엔 엄청 기침까지 하더군요.
> 오버액션이 꼭 경찰청사람들에 나오는 액스트라같았습니다.
> 그냥 일어서 도서관 내자리로 돌아왔습니다.
> 씨 책이나 치워놓고 가지...
>
> 민이: 개강날짜가 얼마남지 않아서 도서관이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 그는 오늘도 내 옆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 그는 오늘도 말없이 공부 하는척 하겠지요.
> 그가 자리를 비운뒤 얼마되지 않아 내친구가 빈자리없나 두리번 거리

> 게 보였습니다.
> 나를 발견하곤 내자리쪽으로 왔습니다.
> 친구는 메뚜기를 할려나봅니다.
> 그래서 내 옆자리에 앉으라고했지요.
> 당구치러 갔으니 한시간안에는 오지 않을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 아는 사람자리냐고 묻더군요.
> 당연히 모르는 사람자리라고 말했답니다.
> 친구가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더군요.
> 그래서 쬐금 아는 사이라고 말해주었읍니다.
> 친구가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 그럴거면서 도서관은 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 굴러온돌이 박힌돌을 쳐낸다고 잠이 와 안되겠다며 내자리좀 바꿔달

> 고 하더군요.
> 할수없이 난 자리를 비켜주고 그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 오랫동안 그는 돌아오지 않더군요.
> 당구의 묘미에 빠져버렸나봅니다.
>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 친구가 날 깨웠습니다.
> 그때까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구요.
> 친구가 커피나 한잔하자며 밖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 밖에 나오니 시원했습니다.
> 도서관 사람이 많았던 탓인지 벤취도 빈자리가 없더군요. 저기 벤취

> 나가 한사람만을 앉히고 있었습니다.
> 그자리에 앉긴 했는데 하필 그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내 옆자리 그

> 습니다.
>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너무 심어주는거 같았습니다.
> 친구의 재잘거림이 잘 들리지않고 있을때 그를 쫓아낼 구실을 그가

> 었습니다.
> 그가 담배를 피웠거든요...
> 첨엔 손짓으로 담배연기가 이쪽으로 옴을 표현했지요.
> 솔직히 연기는 하나도 안왔지만요.
> 그는 참 무감각한 놈이더이다. 그래서 기침을 했지요.
> 일부러 하다보니 나중엔 진짜 목이 아파 리얼한 연기가 되더군요.
> 그제서야 그가 일어나 도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친구와 이야기했습니다.
> 이야기하다보니 공부하기 싫었습니다.
> 친구랑 근처 커피숍가서 마저 재잘거리기로 하고 가방싸러 도서관으

> 들어갔습니다.
> 그는 그의 자리에서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 잘자라 인사를 해주며...
> 물론 속으로 말입니다.
> 가방을 챙겼습니다.
> 가방이 들고왔을때보다 왠지 가벼웠습니다.
> 어머나! 그가 잠든 모습은 예전처럼 책상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던

> 이 아니라 내책위에 볼을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 잠시 망설였지만 내일도 그는 저자리에 앉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 는 그냥 가버리기로 했습니다.
> 내일 책을 돌려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었지요.
> 내일 책을 돌려주면 내 커피한잔 뽑아주지...
> 내일 봐요. 호호.
> 그러며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 그러나 학기시작하고 며칠동안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 내옆에 그가 없으니 허전합니다.
>
> 철이:눈이 떡 마주쳤습니다.
> 그녀도 이 교양수업을 신청했나봅니다.
> 책내놔라.
> 그럴줄 알았는데 그냥 밝은 표정만 짓고는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 렸습니다.
> 이 교양수업 첫날은 그녀한테 죄지은게 있기 때문에 맨뒤로가 앉았습

> 다.
> 참 강의실이 길더군요.
> 하얗게 그려지는 건 글자일거고 그 바탕은 칠판이겠지 그것밖에는 구

> 이 되었습니다.
> 조교가 딱 넉자를 적었을때 학생들이 그냥 일어서 나가더군요.
> 그 글자가 궁금해 앞으로 가보았지요.
> 그녀가 가방을 싸고 있었습니다.
> 날 쳐다보더군요.
> 책내놔라라는 눈빛이 분명했습니다.
> 책을 새로하나 사야겠습니다.
> 칠판에는 '오늘휴강'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 좀 크게나 적지...
>
> 민이: 그를 다시 보게된 장소는 도서관이 아니라 교양수업을 들을려

> 찾아 간 생문대의 한 강의실이었습니다.
> 넓은 캠퍼스와 수많은 학생들 틈에서 그와 같이 이수업을 듣게 된다

>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 우연일까? 인연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지요.
> 그가 맨뒤로 가서 앉더군요.
> 난 앞에 앉았는데 말입니다.
> 책을 돌려달라고 할까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하지만 내가 그의 자리에 놓고간 책이라 말하기가 그랬습니다.
> 이 교양수업은 첫날부터 휴강이었습니다.
> 게으른 교수인가 봅니다.
> 예? 교양과목은 보통 첫날은 휴강한다구요?
> 전에도 말했듯이 전 일학년이에요.
> 가방을 싸고 있는데 그가 앞으로 왔더군요.
> 드디어 나한테 책을 줄려고 말을 걸려나 봅니다.
> 마침 호주머니에 백원짜리 몇개가 있고 강의실 앞에 자판기도 있습니
> 다.
> 그러나 그는 칠판을 눈비비고 보더니 횡하니 나가버렸습니다.
> 야속한 놈... 그 책은 전공책인데...
>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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