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속에 사는 사람들
몇 해 전 우리교회 산상부흥회에 와서 간증을 했던 어느 여전도사님의 말이 기억난다. 그분의 남편은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말기 증상으로 투병할 때 본인과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나 컸다고 했다. 밤마다 잠을 못 이루고,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지르기도하고, 또 화장실에 갈 때마다 대변을 못 보아 겪는 고통이 죽음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분은 남편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면서, 더는 바라지 않겠으니 그냥 편안하게 잠 잘 자고, 용변만 잘 볼 수 있는 기적을 달라고 기도했더란다. 그분은 병원에서 봉사하는 동안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코에 대고 숨만 붙어 있는 사람의 가족들은 눈만 떠 보여도 기적이고, 정신이 돌아와 사람을 알아보기라도 하면 세상 것을 다 얻은 것처럼 감격해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는 보통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도 기적으로만 여겨진다고 한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몸을 가진 사람이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을 향해서 기적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지가 불편해서 거동을 못하거나, 이목구비(耳目口鼻)에 이상이 있어서 보고, 듣고,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그 모든 장애를 딛고 일어나 정상인 이상으로 보람 있게 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순식간에 해 치울 수 있는 일을 몇 날, 몇 달이 걸려서, 그것도 혼신의 힘을 다 쏟아 겨우 한 가지씩 만들어 가는 작은 일을 하면서도 그 가운데서 알찬 행복을 나누며 살아간다. 지난 달 초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는 유작으로<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에세이집을 내 놓았다.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 동안 목발의 힘으로 거동을 하였지만 미국에 유학을 하고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학문에 도전하여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10년간 암과 싸우는 힘든 상황에서도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는 일과 쉬지 않고 글 쓰는 일을 계속해왔다. 영문학자로서 학생들의 교과서를 집필한 것이나, 문인으로서 문학의 숲을 거니는 것처럼 그의 글을 통하여 여러 사람에게 편안하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남기고 갔다.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모든 악조건을 안고 살면서도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아름다운 눈을 가졌기에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기적속의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