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마귀가 상가의 진열대에 자신의 도구를 내다 놓고는 경매에 붙인다는 광고를 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고도 재미 있는 매매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물건들 중에 ‘비매품’이라고 표시된 이상하게 생긴 도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를 이상히 생각한 한 신사가 마귀에게 물었습니다.
“마귀 양반! 도대체 이것은 무엇에 쓰는 것이요? 그리고 또 왜 이것에만 ‘비매품’이라 써붙였소?”
이 신사의 질문에 대해 마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음, 이건 아주 귀중한 거지. 내겐 둘도 없이 귀중한 것이라네. 나 마귀의 일을 이것이 다해 주고 있거든. 내가 다른 도구는 나누어 줄 수 있지만, 이것만은 안 돼. 이것은 바로 내가 갖고 있는 것 중에 제일 유용한 연장이거든. 이것은 ‘낙심’이라고 불리는데, 다른 것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마음속이라도 이것만 가지면 뚫고 지나갈 수 있어.
이것만 사람의 마음속에 집어 넣으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심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단 말이야. 낙심이라는 도구로 나는 세상의 무엇이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게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