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과 아벨 이후 인류의 역사는 하나님을 섬기는 자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과의 대결로 이어져 왔습니다. 대체로 가인의 후예들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들이지만 물질문명의 선구자로서 세속적이고 쾌락적인 문화를 이루어 놓았습니다(창 4:16-24). 한편 아벨의 뒤를 이은 셋의 후손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계시에 근거하여 신본주의 역사의 주역이 되었습니다(창 4:25-26). 이와 같은 이념의 대립은 홍수의 심판에서 살아난 노아 이후에도 확연하게 구분되었습니다. 창세기 11장과 12장은 이 두 세력의 기원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전자는 노아의 후손들이 시날 땅에다 바벨론 도성을 건축한 일입니다. 후자는 하나님께 선택받은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의 역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대조적인 두 사건은 그 시작부터 운명적인 종말을 예고해 주었습니다. 본문 말씀 18장에 큰 성 바벨론의 멸망과 21장에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의 도래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이것은 인공문명의 불행한 종말과 하나님 나라의 영원성을 보여 주는 교훈입니다.
1. 큰 성 바벨론에 대하여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세워진 바벨론 왕국은 인공문명의 상징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역사와 적대관계를 이루었습니다. 바벨론이 세계를 지배하던 때, 그들은 무력으로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하나님의 백성을 인질로 잡아갔습니다(왕하 25:1-7). 이후부터 구약의 선지자들은 한결같이 바벨론에 대하여 심판을 예고하였습니다(렘 51:54). 성경에서 말하는 바벨론의 멸망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통칭으로서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사 13:19). 본문 말씀에는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역사의 종말적인 상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최종적인 심판은 큰 성 바벨론이 건설될 때부터 예고된 수순입니다.
1) 건설의 배경
창세기 11장에 보면 노아의 후손 유목민 중 일부가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에 거류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그곳에서 큰 성을 쌓고 도시를 건설했는데 그 이름을 바벨이라고 하였습니다(창 11:2-9). 사람이 살아가면서 집을 짓고 성읍을 건설하는 것은 가족이나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며 인류 문화의 향상에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바벨론 성을 건설한 사람들은 그 입지 선정에서부터 건설의 동기와 목적이 하나님과 상관없이 자의적인 방법에 따라서 이루어졌습니다. 믿음의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서 거주지를 정하고 행동반경을 넓혀 나갑니다(히 11:8). 직업을 선택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목적에 따라서 일을 전개해야 합니다. 여기 바벨론 성읍 공사는 홍수의 심판을 겪은 노아의 후손들이 하나님의 심판에 대비하고자 건설하였습니다. 시날 땅의 광활한 평야에 도시를 짓고, 하늘에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인간의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하나님과 맞서 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2) 성읍 건설의 주동인물
바벨론 건설의 주동 인물들은 노아의 아들들 중 함의 후손입니다. 창세기 10:6에 "함의 아들은 구스와 미스라임과 붓과 가나안"이라고 하였습니다. 8절에는 "구스가 또 니므롯을 낳았으니 그는 세상에 첫 용사라."고 하였습니다. 10절에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밝힌 것처럼 바벨론 도성은 함의 손자요 구스의 아들인 니므롯에 의해서 건설되었습니다. 성읍을 계획하고 건설한 니므롯의 인간성이나 그의 성향으로 보아서 그 도성의 운명적인 종말이 예고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세기 10:9에 "그가 여호와 앞에서 용감한 사냥꾼이 되었으므로 속담에 이르기를 아무는 여호와 앞에서 니므롯 같이 용감한 사냥꾼이로다 하더라."고 하였습니다. "여호와 앞에서 용감한 사냥꾼"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에 용감한 자요, 영혼의 사냥꾼이라는 뜻입니다. 니므롯을 세상에 처음 난 용사라고 했는데(창 11:8), 그가 건설한 바벨론 성이 훗날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공격하고 무너뜨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3) 대표적인 상징물
니므롯은 바벨론 도성을 건설하면서 그 성읍을 상징하는 거대한 탑을 세웠습니다. 창세기 11:4에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라고 하였습니다. 훗날 '바벨 탑'이라고 부르는 이 상징물은 철저하게 하나님을 대적하고자 하는 니므롯의 뜻을 담은 것입니다. 그 탑의 꼭대기를 하늘에까지 닿게 하려 한 것은 하나님과 같은 위치에까지 올라가 또 다시 홍수의 심판같은 하나님의 권력 행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도성과 탑을 건설한 위용을 과시하면서 저희의 이름을 내겠다는 공명주의적 발상이 담겨 있습니다(창 11:4).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돌려야 될 영광을 가로채고 자기의 이름만 드러내려 하는 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습니다(행 12:23). 지구상에서 니므롯 이후 하나님을 대적하는 영웅들의 남긴 업적은 당대에 화려한 모습으로 장식되었으나 결국 비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단 2:31-35).
2.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
계시록 21:2에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고 하였습니다. 성경 기자는 새 예루살렘을 '거룩한 성'이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의 종말과 함께 이미 있던 체질세계가 다 없어진 다음 이 거룩한 도성이 생겨났습니다. 없어져 버린 체질세계 속에는 기존의 예루살렘 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록 없어지기는 했지만 예루살렘 성은 하나님을 대적한 바벨론 성과는 달리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온 새 예루살렘의 모형이었습니다.
1) 장소 선정의 근거
거룩한 성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약속에 근거한 도성입니다. 신정(神政)국가인 이스라엘의 수도이자 선택받은 거룩한 민족의 정신적 본거지가 되는 예루살렘 성은 이미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위하여 예비해 두신 곳입니다. 창세기 12:1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은 갈 바를 알지 못하면서도 하나님의 분부에 따라서 그곳 가나안 땅으로 가게 되었습니다(히 11:8). 창세기 12:7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신지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언약은 훗날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들이 애굽을 탈출하여 가나안으로 가게 한 출애굽 운동의 단초가 되었습니다(출 10:3). 출애굽의 영도자 모세가 요단강 동편 모압 땅에서 숨을 거두게 되자 그의 후계자 여호수아는 그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 가나안에 진입하였습니다(수 3:17). 여호수아의 이름은 ‘여호와의 구원’이라는 뜻으로서 이는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시날 땅의 기름 진 평야에다 바벨론 성을 건설하던 사람들이 세상적인 번영을 이상으로 하는 인본주의적이었던 것에 비하여 예루살렘 성은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목적으로 건설된 성입니다.
2) 성읍 건설의 주동인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도읍지로 정하고 그곳에 성읍을 건설한 사람은 다윗입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이 죽은 후에 다윗이 왕이 되어 처음 7년 동안은 헤브론에서 다스렸으나 그 뒤 예루살렘 성을 건설하고 그곳을 정식 수도로 삼았습니다(삼하 2:11). 사무엘하 5:6에 보면 “왕과 그의 부하들이 예루살렘으로 가서 그 땅 주민 여부스 사람을 치려하매.”라고 하였습니다. 7절에는 “다윗이 시온 산성을 빼앗았으니 이는 다윗 성이더라.”고 하였습니다. 다윗은 예수님의 모형이며 동시에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표상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목적에 의하여 부르심을 받았고 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쓰임을 받았습니다(삼상 17:45). 하나님께서는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리라.” 고 하였습니다(행 13:22). 이처럼 거룩한 성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그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건설한 도성이니 복된 곳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3) 대표적인 상징물
큰 성 바벨론은 인간의 기술과 힘을 과시하는 바벨탑이 상징물이었지만 거룩한 성 예루살렘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성전과 제단입니다. 처음 믿음의 조상으로 부름을 받은 아브라함과 족장들의 역사가 오직 제단 중심이었습니다(창 13:18). 이스라엘의 출애굽 목적도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서 하나님께 제단 쌓는 일이었습니다(출 5:3).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분부하신 율법의 정신도 예배하며 하나님을 섬기는 제도입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법도에 따라서 그들이 광야 여행을 할 때는 성막을 짓고 제단 중심의 생활을 하였습니다(출 40:34-38). 예루살렘을 도읍지로 정한 다윗은 성전의 부지를 확보해 두었고(삼하 24:24-25). 그의 아들 솔로몬 때에 웅장한 성전을 지었습니다(왕상 6:1). 이후 예루살렘 성전은 하나님 권위와 영광의 상징이었고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훗날 이스라엘이 이방나라에서 고달픈 포로생활을 하고 있을 때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을진대 내 오른손이 그의 재주를 잊을지로다.”고 노래하면서 한을 달랬습니다(시 137:5).
그런데 이 성전이 BC586년 바벨론의 군대에 의해서 폐허가 되었습니다(왕하 25:8-12). 이것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바벨론의 세력이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무너뜨린 아픈 역사입니다. 이는 세상에서 마귀를 추종하는 불신앙적 세력이 폭력을 앞세워 하나님의 백성을 박해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훼방하는 사례가 됩니다. 그렇지만 결국 무신론적 불신앙의 세력은 바벨론의 멸망으로 끝나게 됩니다. 오직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만이 건재하였습니다. 세상 나라들은 멸망당하더라도 예수님의 교회는 영영 왕성하는 법입니다. 그것은 주권자 하나님께서 인간 나라를 다스리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