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됨됨이를 두고 ‘재목’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사회나 국가를 위해 요긴하게 쓰이는 사람을 동량지재(棟樑之材)라고도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도 큰 재목이 있습니다. 성경에는 야고보와 베드로와 요한을 기둥같이 여기는 자라고 하였습니다(갈 2:9). 교회는 인재를 키우는 곳입니다.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성실하게 가르쳐서 하나님의 나라 역사에 기여하는 재목으로 키워야 됩니다. 본문 말씀에 나오는 빌라델비아 교회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에 칭찬을 받은 모범적인 교회입니다. 환난이 있고 시험이 있고 사탄의 유혹이 그치지 않는 중에도 주님의 말씀을 지키면서 승리한 교회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하나님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신다고 하였습니다.
1. 기둥의 조건
기둥은 아무것이나 될 수가 없습니다. 삼림속의 많은 나무들 중에도 목수의 눈에 들어야 됩니다. 집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서 기둥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나 대체로 기둥이 되는 데는 기본적인 조건에 맞아야 됩니다.
1) 큰 나무여야 됩니다.
좋은 재목이 되는 것은 다른 나무들보다 큰 것이 우선입니다. 사람을 두고 기둥같은 재목이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큰 인물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큰 인물로 인정하는 것은 신앙적이고 영적인 조건을 우선으로 합니다. 아브라함과 같이 큰 믿음의 사람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인격의 그릇이 커야 됩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은 보통 사람들보다 어깨 위나 더할 만큼 체구가 컸지만 그의 도량은 좁았습니다(삼상 18:7-8). 반대로 다윗은 신체적인 조건만으로 사울에 비길 수 없었지만 마음의 여유와 인격의 그릇은 월등하게 큰 사람이었습니다(삼하 16:11).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을 두고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하였습니다(마 11:11). 큰 인물은 어떤 일을 맡기더라도 거뜬히 수행하며 여간 어려운 일도 소리 없이 끝내 줍니다.
2) 곧은 나무여야 됩니다.
기둥은 곧게 바로 자란 나무라야 됩니다. 기둥이 비뚤어지거나 사방으로 뒤틀려 있으면 곤란합니다. 곧다는 것은 바르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곧고 성품이 발라야 됩니다. 말과 행동이 진실하고 순수해야 됩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야 됩니다. 시간과 환경에 따라 바뀌지 않는 초지일관하는 모습을 지켜야 됩니다. 사람 봐 가면서 다르게 행동하거나, 자기에게 돌아올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며 행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겉으로 양의 옷을 입고 있으나 속에는 노략질 하는 이리가 있다고 하였습니다(마 7:15). 사도 바울은 사탄의 일꾼들도 자기를 의의 일꾼으로 가장 한다고 하였습니다(고후 11:15). 디모데전서 1:5에는 “청결한 마음과 선한 양심과 거짓이 없는 믿음에서 나오는 사랑”이라고 하였습니다.
3) 강해야 됩니다.
기둥은 약해서 무너지거나 물러서 휘어지면 곤란합니다. 기둥같은 인물은 외유내강(外柔內剛)한 사람입니다. 모두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는 여유와 부드러움이 있어야 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강직한 사람이어야 됩니다. 여간한 핍박이나 환난에도 잘 견뎌야 되지만 수없이 밀려오는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바울은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질그릇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보배같은 예수님이 계신다는 것을 자랑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방으로부터 욱여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고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꺼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고후 4:7-10).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겉 사람은 낡아져도 속사람은 날로 새롭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고후 4:16).
2. 기둥의 역할
집을 짓는데 있어서 기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건물이 크면 클수록 기둥의 역할은 막중한 것입니다. 기둥이 건물의 중심에 서서 제 위치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다른 모든 자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습니다.
1) 받쳐주는 일입니다.
기둥은 건물의 하중(何重)을 받아 주어야 합니다. 기둥 위에 들보가 얹히고 그 위에 서까래가 올라가며 그 위에 지붕과 많은 기왓장까지 엄청난 무게를 떠 받쳐야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둥은 커야 되고 견고해야 되고, 잘 견뎌야만 됩니다. 다른 자재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분적인 손질만 하면 되지만 기둥에 문제가 있으면 건물 전체가 내려앉고 맙니다. 하나님 성전의 기둥도 그 위치와 역할이 막중합니다. 성경은 교회를 큰 집이라고 하였습니다. 또 교회의 사역자들을 그릇으로 비유하면서 귀하게 쓰이는 그릇과 천하게 쓰이는 그릇이 있다고 하였습니다(딤후 2:20). 사도 바울이 기둥같은 인물이라고 지칭한 야고보와 베드로와 요한은 초대교회 역사에 막중한 사역을 잘 감당했던 인물들입니다.
2) 중심을 잡아주며 연결시켜 줍니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가 닦아지면 기둥이 먼저 세워지고 다른 자재들을 기둥과 연결시켜 구조물을 형성하게 됩니다. 기둥은 서야 될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기둥이 제 자리에 세워지면 다른 자재들이 전후좌우로 연결되어 제 위치에 서게 되고 거기서 건물의 용도에 따라 벽을 만들고 모양을 내게 됩니다. 교회에서도 기둥같은 일꾼이 제 위치에 서 있어야 됩니다. 기둥의 역할과 비중이 막중하지만 제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습니다. 교회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여러 사람을 끌어안고 같이 일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발판을 제공하는 게임 메이커입니다. 사람들끼리 편을 가르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에 서서 화합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자입니다.
3)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역사가 오래 된 건물일수록 낡고 훼손되는 부분이 늘어납니다. 긴 세월을 거치면서 천재지변과 풍수해와 여러 가지 예상 못하는 환경에 시달리며 지붕도 날아가고 벽면도 무너지고 결국은 그 잔해만 남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문화 유적 가운데 역사적인 건물의 기둥만 남아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기둥같은 인물은 어떤 환난과 시험이 와도 제 자리를 지키는 자입니다. 다른 사람이 변절하고 불평하고 교회를 흔들어서 상처를 남겨도 거기 개의치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그 모든 상처를 감당하는 자입니다. 먼 훗날 그가 겪었던 상처와 고통이 예수님의 흔적으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고 하였습니다(갈 6:17).
3. 기둥의 특징
기둥이 건물의 성격을 말해 줍니다. 그것은 기둥이 지니는 특징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1) 든든한 주초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말씀의 토대위에 기초를 놓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상보훈을 강론하신 다음 반석위에 집을 세운 지혜로운 건축자라는 말씀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태복음 7:24-25에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되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라고 하였습니다. 여기 반석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올바른 믿음과 건전한 생활의 기초입니다. 곧 말씀대로 믿고 말씀대로 순종하는 삶을 뜻합니다. 신앙적 기반이 바르지 못한 사람은 하나님 교회의 기둥이 될 수 없습니다. 다윗은 터가 무너지면 의인의 설 곳이 없다고 하였습니다(시 11:3).
2) 언제나 수직으로 서 있습니다.
기둥은 땅에서 하늘로 똑바로 서 있습니다. 곧 기둥이 수직으로 서 있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건물이 온전할 수 없습니다. 다른 자재들은 제 각기 여러 모양과 여러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기둥은 오직 한 방향으로 서 있어야 됩니다. 들보는 수평으로 누워있고 서까래는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앉아 있지만 기둥은 수직으로 바르게 서 있어야 됩니다.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의 특징도 땅과 하늘로 연결되는 수직적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땅에 살지만 시민권이 하늘에 있기 때문입니다(빌 3:20). 하나님께서 주신 계시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전후좌우로 얽힌 사람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일에 진력해야 됩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자이기 때문입니다(마 6:10).
3) 자기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건물에 있어서 기둥이 가장 중요한 구조물이지만 그것은 대부분 숨겨져 있습니다. 건물의 구석진 곳이나 벽 속에 감추어 버리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사람은 예수님처럼 큰일을 하고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사야 42:2에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며”라고 하였습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구제를 하거나 선행을 할 때 시장 근처에서 나팔을 불며 사람을 모아놓고 자기들을 과시했지만(마 6:2), 예수님께서는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등 많은 이적을 행하고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마 9:30). 성숙된 그리스도인은 남들보다 앞장서서 봉사와 헌신을 하지만 그것을 과시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자입니다(마 25:37-39). 오히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입니다(마 6:3). 교회에 요긴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무익한 종이라고 겸손해 하는 사람입니다(눅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