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교

장년
예람지기 2011.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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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환경의 변화는 인간 사회의 윤리나 도덕의 기준도 바꾸어 놓습니다. 옛날의 전통적인 씨족사회와 대가족 문화도 오늘날 핵가족 시대와 다문화 사회로 바뀌어 지면서 엄청난 가치관의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인간사회의 기본이요, 천륜(天倫)입니다. 성경은 자녀가 부모를 공경하는 것을 약속 있는 첫 계명이라고 하였습니다(엡 6:2).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자기 백성이 지켜야 될 율법을 선포하면서 부모공경의 계명을 명시하였습니다(출 20:12).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부모를 홀대하거나 어른들을 무시하는 잘못된 풍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말세적 현상에 해당됩니다(딤후 3:2).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라."고 하신 말씀은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게 하는 경노효친(敬老孝親)의 정신을 일깨워 주는 말씀입니다. 오늘 어버이 주일을 맞이하여 이 말씀이 주는 신령한 교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지나온 역사를 생각하게 합니다.

출애굽의 영도자 모세는 광야 여행을 마칠 무렵 백성들을 모아 놓고 "옛날 일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고 하였습니다(신 32:7). 세월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어도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신앙적인 역사는 잊혀져서 안 될 소중한 가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1) 선택의 역사입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는 선택받은 민족의 특별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것은 주권자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그들의 조상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7:6에 "너는 여호와 네 하나님의 성민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지상만민 중에서 너를 자기 기업의 백성으로 택하셨나니."라고 하였습니다. 선택의 역사는 선민의 조상 아브라함에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나님께서 갈대아 우르에 사는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고 하시며 선택 하신 목적을 밝혀 주었습니다(창 12:1-2).

 

2) 구속의 역사입니다.

선택받은 아브라함의 자손이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이미 이 사실도 예언해 주셨습니다(창 15:13-14). 야곱의 열두 아들과 그 가족 70명이 요셉의 초청을 받고 애굽에 내려갔습니다(창 46:1-27). 거기서 430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며 신음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불러내었습니다. 열 가지 재앙으로 징치하시고, 왕과 백성들의 집에 장자를 죽이며, 짐승의 첫 새끼까지 쓸어버리는 죽음의 밤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유와 해방을 얻게 되었습니다(출 12:29-36). 이것이 구속의 역사를 상징하는 유월절입니다. 하나님께서 십계명의 전문에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고 하였습니다(출 20:2). 이는 자자손손 구속의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뜻입니다.

 

3) 은혜의 역사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40년에 걸친 광야 여행을 마치면서 그 기간 동안 나타났던 하나님의 은혜를 회고하였습니다. 신명기 7:19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인도하여 내실 때에 네가 본 큰 시험과 이적과 기사와 강한 손과 편 팔을 기억하라."고 하였습니다. 신명기 8:2에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고 하였습니다. 애굽을 탈출하자마자 그들 앞을 가로 막은 홍해를 육지처럼 건너게 하였고, 불기둥과 구름기둥이 그들의 앞길을 인도하였습니다. 매일 아침 하늘의 양식 만나를 내려서 먹게 하였고 반석에서 생수가 솟아나게 하였으며 상상할 수 없었던 이적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어도 역사를 부정하거나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의 번영은 선진들이 닦아놓은 토대 위에서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2. 신앙적 사상을 계승하게 합니다.

사도 바울은 조상들의 역사가 후세 사람들에게 거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고전 10:6). 역사의 연대와 인물과 사건을 통해서 그 저변에 흐르는 사상과 정신적인 맥을 짚어나가게 됩니다. 여기 센머리 앞에 일어서라고 한 것은 신앙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하는 것입니다.

 

1) 하나님 중심의 사상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은 스스로 계시는 영원자존자입니다(출 3:14). 그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입니다. 우주와 만물을 주권적으로 다스리시며 섭리하시는 분입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은 오직 유일하신 하나님입니다. 이스라엘의 조상들은 그런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신명기 6:4-5에 "이스라엘아 들으라 너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고 하였습니다. 자자손손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숭배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출 20:3). 그들의 역사는 삶의 중심을 하나님께 두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자입니다(고전10:31).

 

2) 말씀 중심의 사상입니다.

선민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나님과 맺은 언약 관계에서 전개되었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구약을 살고 간 선진들이 땅위에서는 나그네로 유랑생활을 하며 온갖 고난을 겪었지만 오직 하나님의 언약하신 말씀을 붙들고 살았다고 하였습니다(히 11:8-16). 이스라엘을 위한 모세의 기도문에는 "주께서 그들을 위하여 주를 가리켜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내가 너희의 자손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내가 허락한 이 온 땅을 너희의 자손에게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리라 하셨나이다."고 하였습니다(출 32:13). 그들은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주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고달픈 광야 여행을 감당하였습니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은 절대불변의 진리인 말씀에 근거하여 올바른 믿음과 건전한 생활을 실천하는 자들입니다.

 

3) 성막 중심의 사상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그들을 세상 가운데서 제사장 나라로 삼겠다고 하였습니다(출 19:6). 이 말씀대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예배하는 민족입니다. 그들의 역사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성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출애굽 이후 정처없는 광야 여행을 하면서도 백성들은 어디에서나 성소를 중심으로 장막을 쳤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율법을 통하여 제사장 제도와 제사하는 예법을 반포하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솔로몬에 의하여 예루살렘 성전을 짓고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곧 시온을 향한 사상입니다(시 137:1). 어느 시대에나 하나님의 백성은 제단 중심의 예배적 삶을 살아야 됩니다(롬 12:1).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교회중심의 삶이 그런 것입니다.

 

3. 자기의 사명과 책임을 인식하게 합니다.

‘센 머리’는 부모나 어른들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살아온 역사를 비판하기에 앞서 오늘을 사는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가 반성해 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 엄숙한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것입니다.

 

1)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됩니다.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라고 한 것은 어른에게 존경심을 표하라는 뜻입니다. 부모나 어른을 존경하는 것은 마땅한 행실이지만 마음이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옛날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나 남겨 놓은 업적들이 오늘의 시각에서 볼 때 보잘것없이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엄청나게 발전하고 좋아진 환경이 저절로 되었거나 요즘 사람들이 잘해서 된 것처럼 착각한 나머지 부모의 세대를 비판하고 폄하하는 것은 교만한 태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도 지난날의 역사를 왜곡하고 편향된 시각에서 잘못 가르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 또는 6.25전쟁의 참혹한 시기를 거치면서 나라를 지켜온 세대를 존경하며 그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됩니다.

 

2) 경건한 자세를 가져야 됩니다.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어른을 공경하는 사람은 자기의 몸가짐에 단정한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더욱이 하나님 앞에서 믿음을 지키며 구별된 삶을 살아온 신앙의 선진들을 생각할 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거룩한 삶을 위하여 자신을 다잡아야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신앙의 기초를 놓았던 선배들의 경건 생활은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소양을 보여 주었습니다. 현대의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진리에 대한 개념이나 거룩한 삶의 본분을 망각한 채 육체의 소욕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니라."고 하였습니다(레 11:45). 사도 바울은 말세를 사는 성도들에게 "경건에 이르기를 훈련하라."고 하였습니다(딤전 4:7). 세상이 타락할수록 그리스도인의 빛된 삶이 요청됩니다(롬 13:11-13).

 

3) 책임감에 대한 다짐입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그의 아버지가 팠던 우물을 다시 파고 아버지가 불렀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창 26:18). 이삭의 아들 야곱은 밧단 아람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 앞에서 가나안 여자에게 장가들지 않고 하나님 중심의 가정을 이루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창 28:1-4). 말년을 애굽에서 보낸 야곱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열두 아들을 모아놓고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축복의 예언을 하였습니다(창 49:2-28). 조상들이 살아간 자취를 따라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겠다는 약속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달라져도 선민의 전통과 사상을 계승하면서 발전시키겠다는 맹세입니다. 오고오는 후손들에게 이정표(里程標)가 되어주고 번영된 미래를 보장하는 축복의 지평을 열어 주겠다는 다짐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의 백성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