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교

장년
예람지기 2011.03.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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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에 나오는 지명 가운데 갈릴리 바다는 예수님의 숨결을 가장 많이 느끼게 하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산상보훈을 선포하신 팔복산, 초기 사역의 거점이 되는 가버나움과 그 인근 마을들은 모두 갈릴리 바다와 인접한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리 바다에서 처음 제자들을 부르셨고, 또 이 바다를 중심으로 많은 교훈과 이적을 행하셨습니다. 갈릴리는 육지 속에 있는 담수호(潭水湖)이지만 동서가 약 12km, 남북이 28km 정도 되는 비교적 큰 호수이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바다라고 불렀습니다. 본문 말씀에는 제자들이 그 바다에서 풍랑을 만났을 때 예수님께서 물 위로 걸어오셔서 구원해 주신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람과 파도와 고난의 현장인 갈릴리 바다를 통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신령한 교훈을 찾고자 합니다.

 

1. 인간이 사는 세상을 뜻합니다.

갈릴리 바다는 아름답고 낭만이 있는 곳이지만 때때로 거센 바람과 파도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고 물질과 문명의 발달을 가져다 준 이 바다가 오늘날 인간이 사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1) 어둠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벳새다 광야에서 오병이어의 이적을 행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배를 타고 건너편 마을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그 시간 예수님께서는 홀로 산위에 계셨습니다. 제자들이 탄 배는 바람으로 인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저물 때부터 밤 4경에 이르도록 바다 가운데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갈릴리의 밤은 범죄한 인간이 사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태양 빛이 없는 곳에 어둠이 깃드는 것처럼, 빛되신 예수님을 멀리 떠난 세상은 어둠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선지자 이사야는 예수님께서 오시기 이전의 세상을 ‘흑암의 땅’과 ‘사망의 그늘진 곳’이라고 하였습니다(사 9:2). 어둠이 지배하는 곳에는 거짓과 혼란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진리와 비진리가 구분되지 않고 의와 불의가 혼돈되는 곳입니다.

 

2) 바람과 파도가 있는 곳입니다.

24절에 “배가 이미 육지에서 수 리나 떠나서 바람이 거스르므로 물결로 말미암아 고난을 당하더라.”고 하였습니다. 갈릴리 바다는 수면이 지중해 보다 약 200m나 낮은데 반하여 좌우편에는 높은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동쪽에는 시리아 국경의 높고 험준한 산맥이 길게 뻗어 있어서 이따금씩 돌풍을 몰고 오기 때문에 거센 파도가 일게 되는 곳입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과 파도에 시달렸던 기록이 더러 있습니다(마 8:23-27). 갈릴리 바다에 예기치 못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현상은 오늘날 불안전한 세상의 모습입니다. 바람이 부는 것이나 파도가 치는 것은 자연의 현상이지만 이것이 때로는 태풍이 되고 해일이 되어 무서운 재난으로 돌변해 버립니다.

 

3) 고통이 극심한 곳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조난을 당하고 죽음의 고비를 맞이하였습니다. 열두 명의 장정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노를 저었고 파도를 피해 보려고 필사의 노력을 했지만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해질 무렵부터 밤 4경까지 오랜 시간 동안 파도에 시달리면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 예수님께서 저희를 구원하시고자 물 위로 걸어오셨습니다. 제자들은 물 위로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유령인 줄 알고 무서워 소리를 질렀습니다(26절). 성경은 세상 마지막이 가까울수록 자연에 이변이 일어나고 각종 재난이 겹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다. 누가복음 21:25에 “일월성신에는 징조가 있겠고 땅에서는 민족들이 바다와 파도의 성난 소리로 인하여 혼란한 중에 곤고하리라.”고 하였습니다.

 

2. 은혜로운 교회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통치 영역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총괄합니다. 곧 현세적 개념의 교회와 내세적 개념의 교회를 일컫는 것입니다. 갈릴리 바다는 각종 재난과 고통의 현세적 개념과 함께 복음의 신비가 있는 내세적 개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예수님의 사역 현장입니다.

죄와 죽음 아래 있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오신 예수님께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시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약한 것을 고쳐 주셨습니다(마 9:35).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다를 배경으로 펼치신 사역들을 중요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언덕에서 팔복을 비롯한 산상보훈을 강론하셨습니다(마 5:3-7:28). 바닷가에 앉아서 많은 무리들에게 유명한 천국 비유를 설교하였습니다(마 13:1-50). 가버나움 회당을 중심으로 많은 이적을 행하셨는데 중풍병에 걸린 백부장의 하인을 고치시고(마 8:5-13), 열병으로 죽어가는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셨습니다. 가난과 질병과 재난이 상존하는 곳에서 예수님의 활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이것이 지상교회의 단면입니다.

 

2) 신비로운 능력의 현장입니다.

본문 말씀 25절에는 “밤 사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서 제자들에게 오시니.”라고 하였습니다. 예수께서 파도치는 바다 위로 걸어오실 때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유령인 줄 알고 무서워 소리를 질렀습니다(26절). 그들은 예수님께서 초자연적인 능력을 행하실 줄 몰랐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물 위로 걸어오실 뿐만 아니라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며 잔잔하라고 명령하시는 분입니다(눅 8:24). 자연이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게 되는 것은 그분이 천지와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이기 때문입니다. 그 바닷가 빈들에서 오병이어의 이적으로 수많은 군중을 먹이신 일과(14:13-21) 인근에 있는 거라사인의 마을에서 군대귀신 들린 사람을 회복시켜 주신 것도 그분이 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눅 8:26-39).

 

3) 은혜의 현장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를 처음 목격한 사람들에게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고 하였습니다(마 28:10). 갈릴리야말로 제자들에게 은혜로운 만남의 장소입니다. 예수님과 처음 만남이 이루어지던 날 말씀에 순종하여 많은 물고기를 잡았고,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눅 5:1-11). 수난절을 앞두고 최후의 성만찬을 마친 다음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예수님을 배신한 가룟 유다 뿐 아니라 큰소리 치고 장담하던 베드로마저 예수님을 부인하고 달아났습니다. 그들은 십자가의 현장이나 무덤 근처에 얼씬도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갈릴리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만나고 새로운 회복을 하게 되었으니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이 주님 교회의 특징입니다.

 

3.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갈릴리 바다는 제자들에게 훈련의 도장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어두운 밤 파도에 시달리며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물 위로 걸어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고 하시며 믿음을 일깨워 주셨습니다(31절).

 

1) 바람과 파도로 연단시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중생한 성도에게 곧바로 천당의 낙원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세상이라고 하는 불완전한 장소에서 환난과 시험을 통하여 연단을 받게 하십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셨을 때도 그와 후손이 받게 될 엄청난 축복을 약속하셨지만(창 12:1-3), 그로 하여금 한평생 나그네와 행인으로 살면서 온갖 시련을 통과하게 하였습니다(히 11:13-16). 성경 역사에 유명한 인물일수록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군인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시키기 위하여 유격훈련을 시킬 때 거기 알맞은 지형지물을 이용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에 있는 자기 백성을 연단시키기 위하여 여러 종류의 바람을 이용하십니다. 질병과 재난과 사고와 여러 가지 시련의 바람을 통과하면서 자기의 무능을 알고 주님만 의지하게 하는 믿음을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눅 8:25).

 

2) 구원의 확증을 보여 줍니다.

성경은 죄 아래 있는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로 통하여 멸망에서 구원 얻는 도리를 일러줍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은 인간의 지식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진리입니다(마 13:11). 사람들은 처음부터 예수님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대로 자기 스스로 무엇이든지 이루어내려고 노력합니다. 하다가 안 될 때 외부의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자기들의 힘으로 노를 저으며 파도를 돌파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활동이 개시되었습니다. 이미 산 에 계시던 주님께서 그 현장을 면밀히 감찰하고 계신 것입니다. 밤 4경에 인간의 능력이 한계에 미쳤습니다. 드디어 주님께서 물결 위로 걸어오셨고 배에 올랐을 때 파도가 그쳤습니다. 예수님만이 구원하는 자임을 확인시켜 주시는 장면입니다.

 

3) 사명을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출애굽의 영도자 모세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눈동자처럼 살피시고 독수리가 그 새끼를 보호하듯이 지키신다고 하였습니다(신 32:10-12). 이사야 43:2에는 자기백성이 물 가운데로 지나도 침몰하지 못하게 하고 불 가운데서도 불이 타지 못하게 하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분부하시는 목적을 이루는 사람들입니다. 갈릴리 바다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받은 사명의 훈련장이었습니다. 처음 제자를 부르시고 그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라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또 다시 갈릴리 바다로 찾아가셨습니다.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반복해서 “내 어린 양을 먹이라”고 하시며 사명을 인식케 하였습니다. 그가 말년에 어떤 죽음을 당하더라도 개의치 말고 오직 주님의 사명에 진력하도록 당부하신 것입니다(요21: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