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아기를 낳을 때 겪는 산고(産苦)는 과히 죽음을 연상하게 하는 끔찍한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그중에도 출산에 이른 결정적인 시점에 산모가 기력을 잃고 실신해 버린다면 아기나 산모가 다 위험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유대나라 히스기야왕 때 앗수르나라 산헤립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성을 함락시킬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히스기야는 그때의 상황을 가리켜 “오늘은 환난과 징벌과 모욕의 날이라 아이를 낳을 때가 되었으나 해산할 힘이 없도다”고 표현하였습니다(3절). 히스기야처럼 경건하고 진실하여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에게도 이런 환난과 징벌과 모욕의 날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주권자 하나님을 바라보는 신앙으로 이를 극복하였습니다.
1. 대적들의 집요한 활동
사도 베드로는 우리의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다고 하였습니다(벧전 5:8). 예수님께서는 사탄이 우리를 밀 까부르듯 흔든다고 하였습니다(눅 22:31). 사탄의 세력은 하나님의 백성을 훼방하는 대적들입니다.
1)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무지하고 미련한 자입니다. 무지하여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거나 미련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참으로 대책이 없는 사람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무신론(無神論)자를 미련한 자라고 하였습니다. 시편 14:1에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 그들은 부패하고 그 행실이 가증하니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고 하였습니다. 그 마음에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지 못한 사람은 자기의 정욕대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롬 1:28-31).
2)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자들입니다.
이스라엘의 호세아 왕 9년에 앗수르의 왕 살만에셀은 이스라엘을 점령하고 그들의 속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뒤를 이은 산헤립왕은 드디어 랍사게를 보내서 히스기야의 유대나라를 함락시키게 하였습니다. 랍사게는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히스기야와 그 백성에게 협박과 회유를 하며 하나님을 모욕하였습니다. 그들은 만일 이스라엘에 말을 탈 사람 하나라도 있으면 말 2천 마리를 내주겠다고 하며 조롱하였습니다(왕하 18:23절). 또 저희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백성이 자기의 대변을 먹고 소변을 마시게 하겠다고 했습니다(27절). 심지어 히스기야가 믿는 하나님을 모욕하면서 여러 민족의 신들 중에 어느 신이 자기 백성을 앗수르 왕의 손에서 건져내었느냐고 하였습니다(33절).
3) 자기의 힘을 과시하는 자들입니다.
최초의 사람 가인이 그의 동생 아벨을 쳐 죽인 이후(창 4:8) 인류의 역사는 폭력으로 얼룩졌습니다. 가인의 후손 가운데 두발가인은 각종 쇠붙이로 사람 죽이는 무기를 발명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창조하였으나 마귀가 개입하여 죄가 들어온 이후 인간사회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전쟁터로 변해 버렸습니다. 곧 혈육을 권력으로 삼는 자들이 판을 치게 되었습니다(렘 17:5). 많은 병력과 무기를 확보하고 전쟁준비를 잘 한 나라가 세상을 지배하곤 했습니다. 앗수르의 산헤립도 막강한 군사력으로 주변의 나라들을 석권하고 모든 신들까지 다 굴복시켰다고 했습니다. 마침내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까지 포위하고 “여호와가 예루살렘을 내 손에서 건지겠느냐”고 하며 큰소리쳤습니다(왕하 18:35).
2. 의인이 당하는 수난
히스기야는 경건한 성도의 표본입니다. 그는 즉위한 후 각종 우상을 척결하며 다윗의 길을 좇아 신앙적인 행보를 걸었습니다(왕하 18:3-4). 하나님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고 형통케 해 주셨습니다(왕하 18:7). 그러나 그는 환난과 징벌과 모욕의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1) 환난입니다.
‘환난’(患難)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려움과 고생’을 뜻합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생은 누구나 피하고자 하는 불행의 씨앗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자기 마음대로 환난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가항력적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마귀가 활동하는 세상에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이나 재난이나 질병이나 죽음과 같은 환난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자율적(自律的)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환난이나 불행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힘이 있는 절대자를 의지하며 그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렇지만 자연재난이나 질병과 죽음과 같은 것은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2) 징벌입니다.
산헤립의 군대에 포위되어 죽음의 위기를 맞은 히스기야는 그 상황을 징벌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극심한 환난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하나님과 관계에서 자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이 범죄할 때 가차 없이 채찍을 들고 징계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 율법을 준수하였을 때 축복을 보장 하셨지만 그들이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게 될 때 저주와 형벌을 내리신다고 하였습니다(신 28:15). 히스기야의 경우 자기 앞의 여러 왕들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우상숭배를 하며 범죄하였던 일을 기억하였습니다. 히브리서 12:6에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가 받아들이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라”고 하였습니다.
3) 모욕의 날입니다.
모욕 또는 능욕이라는 말은 깔보고 욕되게 한다는 뜻입니다. 앗수르의 산헤립은 히스기야와 이스라엘을 멸시하며 그들이 예수살렘을 함락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였습니다(왕하 18:25). 히스기야는 산헤립이 모욕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대항할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두고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가 되었으나 해산할 힘이 없다”는 말로 표현하였습니다. 여인이 해산할 때 겪는 고통은 그 어떤 것에도 비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 고통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는 희망적이고 복된 일이 됩니다(사 54:1). 예수님께서는 “여자가 해산하게 되면 그 때가 이르렀으므로 근심하나 아기를 낳으면 세상에 사람 난 기쁨으로 말미암아 그 고통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느니라”고 하였습니다(요 16:21).
3. 하나님께서 개입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히스기야의 부르짖음을 다 들었습니다.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내가 한 영을 그의 속에 두어 그로 소문을 듣고 그의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고 또 그의 본국에서 그에게 칼에 죽게 하리라”고 하였습니다.
1)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셨습니다.
산헤립의 군대장관 랍사게가 히스기야에게 “네가 믿는 네 하나님이 예루살렘을 앗수르 왕의 손에 넘기지 아니하겠다 하는 말에 속지 말라 앗수르의 여러 왕이 여러 나라에 행한 바 진멸한 일을 네가 들었나니 네가 어찌 구원을 얻겠느냐”고 하며 포고문을 보냈습니다(10-11절). 히스기야는 그 편지를 손에 들고 성전에 들어가 여호와 앞에 펴놓고 “여호와여 귀를 기울여 들으소서 여호와여 눈을 떠서 보시옵소서 산헤립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비방하려 보낸 말을 들으시옵소서”하고 부르짖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으로 믿었습니다. 그의 믿음대로 하나님께서는 모든 상황을 실시간대로 체크하시며 대응하시는 분입니다(시 139:1-4).
2) 초자연적인 능력이 행사되었습니다.
악인을 응징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은 정확하고 철저하였습니다. 35절에 “이 밤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와서 앗수르 진영에서 군사 십팔만 오천 명을 친지라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보니 다 송장이 되었더라”고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산헤립의 군대는 하나님의 사자에 의해서 전멸되고 말았습니다. 앗수르 왕 산헤립은 히스기야를 협박하고 예루살렘을 함락시키려 하였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하나님께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였습니다. 22절에 보면 “네가 누구를 꾸짖었으며 비방하였느냐 누구를 향하여 소리를 높였으며 눈을 높이 떴느냐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에게 그리하였도다”고 하였습니다. 성경은 원수 갚는 일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하였습니다(롬 12:19).
3)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십니다.
성도에게 예측 못한 환난과 징벌과 고난이 있어도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어 주십니다(창 50:20). 랍사게가 히스기야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처럼 산헤립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함락시켰더라면 하나님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게 되고 그들의 믿음은 허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아는 히스기야는 기도하면서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이제 우리를 그의 손에서 구원하옵소서 그리하시면 천하만국이 주 여호와가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리이다”고 하였습니다(19절). 결국 여호와의 사자가 산헤립의 군대를 전멸시키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냈습니다. 히스기야처럼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능력을 믿는 사람은 신비로운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여호와의 열심히 이를 이루어내는 것입니다(3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