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희랍에서는 지혜가 있는 사람을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공을 세운 영웅을 내세웠습니다. 한편 유대인들은 율법의 기준에서 흠이 없거나 이름 있는 랍비(선생)를 위대한 자로 생각하였습니다. 사도 바울도 이와 같은 기준에서 “내가 8일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베냐민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훗날 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빌 3:5-8). 본문말씀 10절에는 오히려 자기의 약한 것을 자랑한다고 하였습니다.
1. 강한 것 같으나 약한 자가 있습니다.
겉으로 들어난 조건만 보고 강한 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가장 힘센 사람으로 알려졌으나 유방(劉邦)에게 포위되어 죽어갈 때는 가장 힘없는 사람으로 전락하였습니다. 강한 것 같으나 실상은 약한 것이 인간입니다.
1) 육체적으로 강하나 정신적으로 약한 자입니다.
골격이 장대하고 무섭게 생긴 사람은 강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만 강하고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도 있습니다. 마음속에 예수가 없는 사람은 모두 다 약한 사람입니다. 태풍이 불면 성난 파도가 무섭게 밀어 닥치다가도 바람이 그치는 순간 곧 바로 고요해지는 것처럼 정신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사람의 힘은 한순간 소멸되고 맙니다. 희대의 폭군 네로는 기독교를 박해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무참하게 죽인 무서운 군주였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쇠약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AD 68년 왕궁에 불을 지르고 뛰어들어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정신적으로 공허한 사람이 겉으로는 강한 것처럼 온갖 폭력을 휘두르며 광기를 부렸던 것입니다.
2) 처음에는 강하나 뒤에는 약한 자입니다.
처음의 성공이 곧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반짝 성공을 했을 때 사람들은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과시하고 힘을 발휘하지만 환경이 바뀌면서 빛을 잃게 되면 한없이 나약해지고 비굴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삼손은 하나님의 신에 감동되어 맨손으로 사자를 찢기도 했고, 나귀 턱뼈 하나로 블레셋 사람 천 명씩이나 휩쓸어버리는 무서운 힘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뒤에는 블레셋 사람의 손에 붙잡혀 두 눈을 뽑히고 맷돌을 돌리다가 비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특징은 시작은 미약해도 나중은 심히 창대하게 되는 것입니다(욥 8:7). 그러나 신앙이 없는 사람은 매사에 용두사미(龍頭蛇尾)처럼 강하게 시작해서 약하게 끝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3) 사람 보기에 강하나 하나님 보시기에 약한 자입니다.
하나님은 겉보다 중심을 보십니다(삼상 16:7). 사업의 성공을 내세우며 자랑하는 사람에게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고 하였습니다(약 4:14). 또 지금의 화려함보다 뒤따르는 몰락을 보십니다. 이사야 40:6에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이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고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라오디아 교회에 보낸 편지에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 내가 너를 권하노니 내게서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하라”고 하였습니다(계 3:17-18).
2. 약한 것 같으나 강한 자가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2:3에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기록에 보면 바울은 키가 작고, 머리는 벗겨졌으며, 다리는 굽고 눈썹은 서로 붙어있어 외모가 볼품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강하고 담대한 사람이었습니다.
1) 은혜를 받은 자입니다.
본문말씀 10절에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 하였습니다. 은혜를 받게 되면 신령한 눈이 열리게 됩니다. 신령한 눈으로 자기를 보면 자기의 부족과 허물이 드러나게 되고 그것 때문에 탄식하며 부르짖곤 합니다(사 6:5, 눅 5:8, 롬 7:24). 그러나 한편 연약한 자기를 붙들고 계시는 주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 까부르듯 하려고 요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라고 하였습니다(눅 22:31-32).
2) 능력을 받은 자입니다.
사도 베드로는 성도가 하나님께 봉사하고 선한 일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시는 힘으로 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벧전 4:11). 사도 바울도 위기 때마다 하나님께서 그를 찾아주시고 담대하게 하시며 능력 주시는 것을 경험하곤 하였습니다. 에베소서 1:19에 “그의 힘의 위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떠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하고 능력의 비결을 간증하였습니다(빌 4:13). 본문 9절에 하나님의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3) 사명을 받은 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드로의 양을 먹이는 모세를 부르시고 그로 하여금 애굽으로 내려가서 고난당하는 이스라엘을 이끌어 내게 하였습니다. 그때 모세는 자기의 무능함을 고백하며 감당할 수 없다고 사양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막중한 사명을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능력을 부여하셨습니다(출 4:1-9). 손에 들린 지팡이 하나로 온갖 이적을 베풀며 그 땅에 재앙이 내리게 하였습니다. 힘이 없고 무능한 것 같아도 막강한 바로왕의 권력에 맞서서 하나님의 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께 부름을 받았을 때 자기는 어린아이라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로 하여금 견고한 쇠기둥과 놋성벽처럼 든든하게 세워주시고 승리의 증거로 삼았습니다(렘 1:18-19).
3. 없는 것 같으나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겉으로 드러난 외모만 보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속사람이 그의 인격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경우 겉으로는 초라하고 병약한 모습이라도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숨겨진 사람이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4:16에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 하였습니다.
1) 믿음이 있는 사람입니다.
믿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믿음은 속사람을 뜨겁게 하며 강건하게 합니다.
옛날 초대교회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혹독한 박해로 인하여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카타콤(catacombs)이라 불리우는 지하 공동묘지에 숨어 지냈지만 그들은 세상을 이기는 능력을 행사 하였습니다(히 11:38). 삼백년 가까이 로마 정부가 가진 방법으로 그리스도인을 박해했으나 그들은 사멸되지 않고 오히려 교회를 박멸하려던 로마의 권력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두고 바울은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는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 하였습니다(고후 6:9-10).
2) 체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본문 성경을 기록한 사도 바울은 계시와 환상의 체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셋째 하늘에 이끌려가서 황홀한 낙원의 체험을 하였습니다(1-4절). 하나님께서는 바울의 이와 같은 신비로운 체험 때문에 혹시 교만할까 하여 그 육체에 찌르는 가시를 두기까지 하였습니다 (7절).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은 보통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신앙생활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계시와 환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겉보기와 달리 속사람의 담대함과 강건함이 있습니다(행 27:23-25).
3) 소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로마서 8:24-25에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으매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라리요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육신적인 것이 아니라 신령한 것이며, 세상나라의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것이며,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입니다. 부활과 영생의 소망을 가지고 사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도 두려움의 대상이 못됩니다. 세상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강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은 죽어도 살고 영원히 사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실상 그리스도인이 가장 강한자요 능력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