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의 살고 간 자취는 후세 사람들에게 거울이 됩니다.
옛날 선민 이스라엘 역사에 국부적인 인물이었던 모세는 40년 광야 여행을 회고하면서 의미심장한 유언을 하였습니다. 신명기 32:7에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고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옛날을 거슬러 올라가서 옛 사람들의 살아온 자취를 살펴보고 그들로부터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는 것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요 축복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선인들이 간직했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역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근거를 삼게 되며 또한 앞으로 펼쳐나가야 할 희망찬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우리교회 설립 60주년이 되는 기념주일입니다.
1946년 4월 3일, 몇 명의 여성도들이 피난민 수용소 건물 안에서 첫 예배를 시작한 것이 후암교회의 효시(嚆矢)가 된 것입니다. 그로부터 장장 60년, 오늘에 이르도록 우리교회를 인도하시고 부흥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면서 후암의 모든 가족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본문 말씀 8절에 “청컨대 너는 옛 시대 사람에게 물으며 열조의 터득한 일을 배울찌어다”고 하였습니다. 60년 교회 역사에 배어있는 신앙의 기초위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다음 세대를 열어갈 주역들에게 선진들이 터득한 역사를 바르게 전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I. 수난의 역사입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하였습니다(마 16:18). 주님께서는 자기 교회의 설립을 선언하시면서 그 교회가 그침 없이 음부의 세력으로부터 도전받게 될 것을 예고하였습니다. 오순절 이후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된 지상교회는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수난을 당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우리교회도 설립된 이후 민족의 격동기를 겪으면서 엄청난 수난의 기간을 거쳐 오게 되었습니다.
(1) 사회적 혼란을 겪었습니다.
우리교회는 조국이 해방된 지 일곱 달 후인 1646년 4월 초에 출범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36년을 지나고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운데 민족이 해방을 맞았으나 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까지 우리나라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을 종식케 한 유엔참전국들을 중심으로 강대국들의 영향력 아래서 38선이 그어졌고 결국 미국과 소련이 남과 북을 관리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민족진영은 좌익과 우익으로 갈라서서 서로 반목과 대립을 일삼음으로 상극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사상과 이념의 대립은 치유불능의 사회적 혼란을 겪게 되었고 급기야는 남북 분단과 함께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얼룩지게 하였습니다.
(2) 민족의 수난을 겪었습니다.
신생독립국인 대한민국이 유엔의 결의로 단독정부를 수립하려 했던 일은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는 북한 공산당에 의해서 무산되었습니다. 결국 1948년 남과 북이 각각 다른 체제의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으나 무신론적 공산주의자들은 동족을 향한 전쟁을 도발하고 말았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불법 남침을 감행한 북한 공산군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던 우리나라를 초토화 시켰습니다. 정부는 수도 서울을 내어주고 대전으로, 부산으로 옮겨가야 했고 나라는 누란의 위기에 있었으나 유엔군의 개입으로 서울을 수복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3년 1개월이나 계속된 전쟁으로 인하여 겪은 수난은 엄청난 상처를 남겼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인적손상만 해도 남쪽이 230만, 북쪽이 290만에 이른다고 하며, 집과 재산을 잃고 피난생활의 고통과 전쟁으로 인하여 나누어진 이산가족이 1천만이 넘었습니다. 무도한 공산주의자들의 야만적 범죄행위는 이토록 나라를 폐허로 만들었고 민족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으며, 전쟁고아와 미망인들의 한을 남겼습니다.
(3) 교회가 시련을 겪었습니다.
6. 25동란은 한국민족 모두와 함께 이제 시작된 지 얼마 안 되는 우리교회에도 엄청난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초대 목회자 김예진 목사님은 서울을 점령한 공산군에 의하여 순교를 하셨고, 2대 김경종 목사님은 그해 6월 28일 공산군에게 납치되어 북으로 끌려가는 등 큰 희생을 치렀습니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수도 서울이 적 치하에 들어갔을 때 뿔뿔이 흩어져 피난생활을 하다가 서울이 수복된 후 다시 돌아와서 교회를 재건하며 신앙생활에 전념하였습니다. 얼마 안가서 화재로 인하여 예배당이 소실된 때도 있었고, 한국교회가 교권주의의 와중에 휘말리거나 신학논쟁으로 대립할 때는 이와 같은 외풍이 내부 분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로 60년이라는 세월은 간단없는 시험과 시련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이 바로 왕 앞에서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 47:9)고 한 말이 실감날 수 있습니다.
Ⅱ. 은혜의 역사입니다.
위대한 신앙가 다윗은 그의 생애를 통하여 엄청난 시련을 겪었지만 그것 보다는 제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가 크다고 하였습니다. 시편 30:4-5에 “주의 성도들아 여호와를 찬송하며 그 거룩한 이름에 감사할찌어다 그 노염은 잠간이요 그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기숙할찌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교회설립 60년을 맞이한 우리들은 「은혜로 달려온 60년」이라고 말로 지나온 역사를 회고 합니다.
(1) 말씀 중심의 생활입니다.
본문 말씀 5절에 “네가 만일 하나님을 부지런히 구하며 전능하신 이에게 빌고”라고 하였습니다. 여기 하나님을 부지런히 구한다는 말은 하나님께 의지하며 기도한다는 뜻이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하나님을 찾는다는 의미도 됩니다. 곧 살아계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삶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 삶의 목적을 오직 하나님의 영광에 두기 때문에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위해서 힘쓰는 자들입니다(고후 5:9).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여행을 할 때 하나님께서는 매일 아침 만나를 내려 먹이시고 이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너로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고 하였습니다(신 8:3).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에 명줄을 걸고 그 말씀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자들입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한국교회와 그 주변에는 수 없이 많은 이단들과 자유주의 신신학의 물결이 밀려들었지만, 우리 교회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 진리를 파수하면서 그 말씀만을 신앙생활의 유일한 척도로 삼아 그 길을 지켜 나왔습니다.
(2) 경건한 삶의 실천입니다.
6절에 “또 청결하고 정직하면…”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백성의 거룩한 삶을 뜻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집단입니다. 에베소서 5:26-27에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심이니라”고 하였습니다.
성경은 죄로 타락한 세상을 어두움의 세력이라고 단정하였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자녀의 집단인 교회는 그 가운데 빛으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빌립보서 2:15에 “이는 너희가 흠이 없고 순전하여 어그러지고 거스리는 세대 가운데서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세상에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내며”라고 하였습니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천당에 있는 사람들은 여자로 더불어 몸을 더럽히지 않은 자이며 그 입에 거짓말이 없고 흠이 없는 자들이라고 하였습니다(계 14:4-5).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문화와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타락하고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신실한 성도의 생활은 어떤 경우에도 청결하며 경건한 삶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60년 우리교회의 전통이요 자랑입니다. 또한 이 청교도적인 성도의 삶은 주님 오시는 그 날까지 지켜나갈 우리의 과제입니다.
(3)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4:23에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 친히 실천하신 그의 사역의 특징이며 지상에 있는 자기 교회에 부과하신 사명입니다. 교회는 모름지기 주님의 분부를 받들어 가르치고 전파하고 고쳐주는 일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이상을 이루는 교회」로 표방하는 우리교회가 지금까지 걸어온 자취를 통하여 이 일에 최선을 다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립 초창기부터 건전한 교회학교를 운영하여 유수한 크리스찬 인재를 배양하였고, 일찍부터 후암유치원(지금은 두툼돌 어린이집)을 개설하여 사회교육에도 기여하였습니다. 또한 주님의 지상명령을 좇아 세계선교를 실천함에 있어서 우리교회가 그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지금도 우리교회가 파송하였거나 지원하는 선교사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성공적인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 안에 유능한 의사, 간호사, 약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선교팀이 농어촌 벽지에 나가 봉사활동을 펴왔고, 지금은 해외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섬기기 위한 여러 가지 사랑과 봉사의 프로그램을 전개하여 왔습니다.
Ⅲ. 새 시대를 향한 비젼입니다.
여기 옛시대 사람에게 물으며 열조의 터득한 것을 배우라고 하심은 앞서간 사람들의 업적을 알고 그들이 터득한 삶의 지혜를 교훈 받으라는 뜻입니다. 곧 성공과 실패의 자취를 거울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다음 세대들에게 복된 길을 열어 주게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1) 축복의 원리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법도에 따라서 사는 사람에게 성공하고 형통케 되는 복을 약속하였습니다(시 128:1-3). 지혜자 솔로몬은 장수와 부귀의 복이 하나님께 있다고 말하고 그 비결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하였습니다(잠 3:15-17).
구약시대의 역사를 보면 출애굽 이후 광야 여행길에서나 가나안 땅에 들어간 다음 사사시대에나 왕국이 수립된 후 열왕 시대에 이르기까지 어느 때나 하나님의 법도와 율례를 순종하며 선민의 거룩한 생활이 실천 될 때 그들은 형통하고 번영하였습니다.
우리교회의 경우를 봐도 초대성도들의 말씀 위주의 바른 신앙과 청교도적인 경건생활과 열심 있는 기도와 봉사로 충성할 때 교회는 부흥되고 성도들은 복을 받았습니다. 그 시대가 비록 가난하고 힘든 때였지만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의 삶을 지향했던 사람들이기에 그 자녀들과 후손들이 오늘날 국내외에서 크게 성공하고 번영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요3서 1:2-4).
(2) 실패의 경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 은혜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그 책임 또한 큰 것입니다. 성도가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말씀에 순종할 때는 약속된 축복이 보장되지만,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며 불순종할 때는 주어진 복을 몰수당하고 더 큰 형벌을 받게 됩니다(신 28:15-19). 히브리서 6:4-6에 “한번 비췸을 얻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예한바 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케 할 수 없나니…”라고 하였습니다.
수십 년 교회 생활을 해오면서 하나님께 받은 은혜의 경험과 함께 시험을 당하거나 실패를 했던 경우도 많이 겪게 됩니다. 여간한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인내하며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믿음으로 승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받은 은혜를 간직하지 못하고 쏟아버린 채 교회를 떠나가 버리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받은 은혜를 망각한 채 자기의 분수도 모르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교회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도바울은 “저희에게 당한 이런 일이 거울이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의 경계로 기록하였느니라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고전 10:11-12).
(3) 역사적 소임을 일깨워 줍니다.
처음 교회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60년을 지나오는 동안 우리나라의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고, 지금 우리들은 엄청나게 좋아진 세상에서 최고의 문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 지금부터 앞으로 전개되어질 새로운 시대와 환경은 예측하기 어려울만큼 더 발전적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들은 앞서간 선진들이 남겨 놓은 신앙적 유산을 착실하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한편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언제나 세상에서 선지자적 사명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인류의 등불이 되어 삶의 목적과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계승하는 교회는 생명적 변화의 주체가 되어 세상을 주도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는 그 날까지 쇠기둥과 놋성벽처럼 든든하게 자기 위치를 지키며(렘 1:18), 그리스도의 사명을 착실하게 이루어 나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다니엘 12:3에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