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환 목사 2005.10.08 22:11:49
630
본문 : 스 10:1-15
제목 : 반대자들

칼럼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지음(‘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중에서, 류시화)

오랜만에 시집을 열어 보았다. 어느 집사님에게 내게 책을 빌려드렸는데 얼마 후에 책을 돌려주시면서 시집을 선물하셨다. 처음엔 시집을 받고 당황했다. 너무 오랜만에 잡아보는 시집이라서 그런가? 어색하기도 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주일 저녁, 모든 일과를 끝내고 서재에 들어가서 시집을 꺼내들었다. 웃음이 나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순수 소년의 감성이 내 마음을 감싸 안았다. 한참을 읽고 음미하다보니 내 마음은 마치 고등학생이라도 된듯 흥분되어 있었다. 책상에 앉아 읽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읽기도 하고, 또 시를 읽다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달려가서 시 한수 읊어주었다. 피곤한 주일 저녁에 한 순간에 피로가 모두 날라가고 내 몸 구석구석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마구마구 붐비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우리 딸아이가 자기도 엄마에게 시를 읊어 준다고 자기 책을 가지고 와서 아빠를 따라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얼굴 표정이 가관이다. 감정을 넣어서 인상을 쓰기도 하고, 아빠, 엄마 라고 외치기도 하고....
집사님 덕분에 주일 저녁 우리 집은 참으로 행복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주일이 어떤지 몰라도 나에게는 주일이 지나고 나면 몸이 힘들다. 피곤함도 피곤함이지만 하나님 앞에서의 부끄러움과 일주일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일 저녁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저녁 내내 집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작은 것을 느끼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이렇게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할 줄은 몰랐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잊고 살아오던 것을 깨달은 느낌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큰 돈이 들지는 않아도,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 않아도 작은 시집 하나가 우리가 가족을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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