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6.10.22 23: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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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도 바울도 아니지만


솔로몬왕은 개미와 사반과 메뚜기와 도마뱀을 가리켜 “땅에 가장 작고도 지혜로운 것 넷”이라고 하였다. 미련한 자를 세워서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약한 자를 세워서 강한 자를 능가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이와 같은 일을 전개하고 있음을 알게 하신다.

지난번 선교지 답사를 위하여 캄보디아에 들렸을 때 그곳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만나 보았다. 그중에도 어린이를 위한 사역(hischild)을 하고 있는 몇 명의 여자 선교사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며 그곳 상황을 살피면서 현장감 있는 도전을 받게 되었다.

지금 세계도처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일만 오천여명 이상 활동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목사들이거나 또는 평신도 전문인 사역자들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도 공식적인 선교활동이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후일을 대비하며 나름대로 선교의 토양을 가꾸기에 진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동안 공산주의 체제하에 있었고 또 오랜 기간 내전과 혼란을 겪으며 정치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상처들을 안고 있는 나라이기에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열악한 환경임에 틀림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어린이 사역을 하는 팀에서는 5명의 한국인 여자 선교사들과 말레이시아에서 온 자원봉사 요원들과 현지의 스텝들을 포함하여 15명이 공동사역을 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학교에 가지도 못하는 어린이들이 헐벗고 굶주린 상태로 떠돌아다니는가 하면 지체부자유자들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약도 쓸 수 없고 진료도 받을 수 없어 그냥 방치되어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그곳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가져간 차량을 이용하여 봉사활동을 펴고 있었는데, 그것은 버스를 개조하여 차안에서 목욕을 하고 독서를 하며 비디오를 볼 수 있도록 설비를 한 것이다. 아버지가 서울에서 목회를 한다고 하는 어느 선교사는 간호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곳에 지원하여 왔다고 했다. 그 여자는 얼굴이 예쁘고 자그마한 체구에다 매우 가냘프고 여린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예수님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불쌍하게 여겨졌고 특히 문화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어린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것 같았다. 일주일에 4~5일씩 버스를 타고 지정된 장소를 순회하면서 30~50명씩 몰려오는 어린이들을 차에 태워서 목욕도 시켜주고 책을 읽게 하거나 비디오를 틀어주며 요령껏 복음송과 율동을 가르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그들의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도는 것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오랜 전통의 불교국가에서 너무나 많은 혼란과 시련을 겪어왔기에 몸에 배인 강한 피해의식과 배타적인사고로 굳어진 그곳 사람들 속에 복음의 영역을 어떻게 넓혀가게 될지 당장은 아무런 대책도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사명에 붙잡힌 젊은 여선교사들은 꾸준히 그들의 일을 하는 가운데 보람을 찾고 있었다. 그들도 여느 젊은이들 같이 문화의 혜택과 낭만을 마음껏 즐기며 살고 싶은 나이인데 머나먼 이국땅에서 무더위와 열악한 환경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천사처럼 초인적인 존재도 아니고 바울 같은 탁월한 능력을 소유하지 못했지만 이토록 하나님께 소중히 쓰임 받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 그리스도의 향기임에 틀림이 없다고 여겨진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