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6.10.01 23: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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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의 자랑거리 (06. 10. 1)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소문난 음식점마다 자리 잡기가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거나, 한적한 외곽지역이라도 분위기가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들 중 대부분은 여자 손님들이다. 여자들은 남자와 다 른 DNA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그 말이 맞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 동네에는 시끄러울 만큼 수다도 많고 또 오랜 시간 말을 하고도 끝이 나지 않는 광경이 통상적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주고받는 주제와 레퍼토리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대부분은 꿈 많았던 학창시절 이야기이거나 자식이야기, 남편이야기, 가족이야기 등 일상생활의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면서도 웃고 떠들고 즐거워한다.

물론 남자들도 친구끼리 모였을 때 여자들이 들으면 별로 흥미롭지 못한 일을 가지고 큰소리치면서 열변을 토하는 너무너무 좋아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다름 아닌 군대 이야기이다. 50년대 6. 25전쟁을 치렀거나, 60년대 월남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그 생생한 무용담은 두말할 것 없고, 7-80년대 이후 전쟁을 치르지 않은 세대들까지도 군대 이야기라고 하면 저마다 입에 침이 마를 지경이다.

훈련병 시절의 생소한 환경에 고문관 노릇한 것에서부터, 졸병시절 고약한 선임자 밑에서 기압 받고 힘들었던 일, 야간보초, CPX, 또는 유격 훈련받을 때 겪었던 일들, 고참이 되고 제대말년이 되었을 때 요령부리며 다른 사람 골탕 먹였던 일들까지 그 이야기들은 끝없이 이어진다. 어디까지가 참말이고 어디까지가 부풀린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어도 군대를 갔다 온 사나이라면 자신의 군대이야기만큼은 어디에 내어놔도 자랑스럽고 너무나 당당한 자부심을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 또는 조국과 민족을 위한 충성과 봉사 등의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좋다. 그냥 보통사람이면 누구나 거쳐야 되는 군대생활이건만 몸으로 겪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게 되는 것은 어떤 이론이나 지식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군 생활을 통해 투철한 국가관이나 사나이로서의 정의감과 의협심, 끈끈한 동지애도 발휘하게 되고, 때로는 아니꼬운 일을 당하거나 젊은 혈기에 견디기 어려운 수모를 당하면서도 자존심을 내던지고 참아내는 끈기와 인내력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 나왔는지 모른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 이전 같으면 이날에 여러 가지 최신형 무기를 앞세우고 각 군에서 선발된 정예부대가 보무당당하게 시내복판을 행진하거나 사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군대를 경험한 남자들은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이 땅을 지키는 국군의 늠름한 모습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70대, 80대의 노병들이 빛바랜 군복을 내어 입고 시위 행렬을 벌이거나 서울 시청 앞에 모여서 목청을 높이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그분들이 목숨을 던져서 지켜온 나라 그리고 이처럼 발전하고 부강해진 조국 대한민국이 매우 위태롭게 되었다는 것이다. 건국이후 그 많은 혼란과 시련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고 키워온 어른들이기에 그분들이 간직하고 있는 자부심에 그늘지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