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1.09.18 14: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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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

 
옛날 어느 사대부 집에 착한 며느리가 있었다. 시부모를 모시고 또 많은 형제들과 자녀들까지 대가족의 살림을 말썽 없이 잘 꾸려 나가는 지혜로운 여인이다. 그 가난하던 시절에 씀씀이를 아끼고 절약하는가하면 부지런히 노력해서 알뜰하게 살림을 늘려나가기 때문에 온가족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다. 하루는 며느리가 아침상을 차려왔는데 소고기국이 오른 것을 보고 시아버지가 “얘야, 돈도 없을 텐데 웬 소고기국을 끓였느냐?”하고 물었다. 며느리는 “예, 아버님 그게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고 제가 좀 머리를 썼습니다.”고 대답을 했다. 내용인즉 아침 일찍 소고기 파는 집에 가서 고기를 살듯이 팔을 걷어붙이고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돌아왔다. 그 길로 가마솥에 물을 붓고 소고기 만졌던 손을 씻어서 국을 끓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맹물 소고기 국이다. 그래도 소고기 국이라고 거기다 밥을 맛있게 말아 먹은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불러 놓고 이런 국을 우리만 먹기가 아까우니 앞으로는 우물에다 손을 씻어서 동네 사람이 다 같이 먹을 수 있게 하라고 당부를 한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시어머니는 한술 더 떠서 그러지 말고 장독에 있는 간장 항아리에다 손을 씻어 놓으면 일년 내내 고깃국을 먹고도 남겠다고 했다. .

 

이 이야기는 옛날 목사님들 입에서 많이 회자되었는데 그때 사람들은 당시 고신 측 지도자중 한 분을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지목했다. 그 목사님은 초창기 고려신학교 교수로 오랫동안 강의를 하신 분인데 그분의 생활이 검소하고 경건하여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 목사님은 물질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경제성을 따져서 조금도 허비하지 않게 사용 하는 분이다. 가령 아침에 물을 한대야 떠오면 첫 번째는 세수를 하고 두 번째는 그 물에 걸레를 빨고 그 다음에는 꽃밭에 주거나 마당에 뿌려 먼지를 잠재우게 한다. 그런 생활이 얼마나 철저했든지 자식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학용품을 사는 돈도 절대로 거저 주지 않고 상응하는 일을 시키고 대가로 주었다. 그렇게 구두쇠처럼 살았지만 말년에는 모든 재산을 남김없이 고려신학교에 헌납하여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