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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주 2000.07.16 0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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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교회-자유게시판 (go SGHUAMCH)』 1622번
 제  목:[한주] 가죽 나무                                           
 올린이:joyhanju(강한주  )    00/07/16 00:54    읽음: 1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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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김남조 시를 보다가 이 시가 생각이 나서~

 

 
      가 죽 나 무

              도 종 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 것 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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