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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2003.05.09 2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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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라고 말하지 않는 일본인의 애매한 성격 ◈


일본인들은 항상 친절하다. 상냥한 말투에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을 대하는 일본인. 일본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이러한 친절함에 매혹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일본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됐을 때, 우리나라에서 그렇듯이 서먹한 사람들과도 친한 사이가 되어 허물없이 이야기하듯이 ‘이제 친해졌구나’ 하는 생각에 자기가 느낀 감정을 일본인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자리가 파할 때까지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왠지 혼자만 떠든 것 같아서 손해 본 느낌... 일본인들을 겪어본 사람들은 “일본인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다”고 하는데, 과연 일본인들의 이러한 성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겉과 속이 확실히 구분되는 ‘혼네’와 ‘다떼마에'

일본인은 상대방의 약점을 말하거나 직설적인 표현으로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다. 남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실례라 생각하여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하여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예의를 지키고 배려해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인의 성격을 표현하는 말이 ‘혼네(本音)’와 ‘다떼마에(立前)’이다. ‘혼네’란 마음 속의 본심, 본심으로 하는 말을, ‘다떼마에’란 혼네인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겉으로 그냥 하는 말, 즉 상대방의 감정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한 그들의 친절함을 말하는 것이다. 사업하는 우리나라 바이어들이 일본인들의 이중성으로 인해 일본인들에게 손해를 본다거나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가 어리둥절해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인들의 이중성이 비즈니스에도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

일본인들은 우리와 남에 대한 구별이 뚜렷하고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내지 않으며, 남의 생각에 대한 부정이나 부탁 거절 등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따라서 '고맙다', '미안하다' 등의 인사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인들은 속마음의 변화가 겉으로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말투나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 집단 생활에서 살아남기

일본인들이 겉과 속이 다른 양면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로 외부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하나로 뭉쳐진 섬나라인 일본에는 일찍부터 농경생활이 시작되었고, 무라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만들며 생활해 왔다. 하지만 다른 문화와 접하기 힘들었던 일본인. 이들은 공동체 생활 내에서도 서로를 관찰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태도를 기르게 된 것이다.

일본은 약 1천년 가까이 무가 사회가 유지되면서 내부 결속을 다져왔다. 일반 농민들도 일찍부터 조직화되었으며 지역적 결합은 물론 회합과 연중행사를 통하여 단합을 강화해 나가면서 ‘우리(내부)’와 남(외부)‘ 등의 구분이 확실해 졌다. 이렇게 집단 생활을 순조롭게 이어나가면서 집단 내에서 인정받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모습이야 어떻건 간에 외부와 타협을 해야 했고, 나보다는 남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단에서 탈락되지 않기 위해 질서를 지키고 애써 노력하여 신용을 얻어야 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이 ‘표리부동하다’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쩌면 일본인들의 양면적인 생활태도는 이들이 자신의 생활이나 주변을 철저히 관리해왔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일본인들이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기질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번 돌아보고 나면, 일본인의 성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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