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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지체 장애 1급으로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집 밖을 나가 세상과 만났다. 그는 이 세상을 마음껏 누비고 다니기로 결심했다. 마침내 택시 기사가 됐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8일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소개된 이병호(55)씨다.

방송에 따르면 이씨는 전신 지체 장애 1급으로 5년 전부터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그가 택시를 운전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10년전 그는 산에서 떨어져 목을 다쳐 전신마비로 집 안에서만 지냈다. 혼자서 단추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이씨가 5년만에 처음으로 집밖에 나갔다. 그 때 본 세상은 너무나 자유로웠다. 그 후 그는 세상과 만나기 위해 택시 기사가 됐다.

이 씨가 택시를 운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반신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택시를 탈 때부터 아내의 도움을 받는다. 차에 탄 후에는 손가락이 불편해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붙여 손바닥으로 핸들을 움직인다.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는 차를 개조해 발이 아닌 손으로 조절한다. 양손은 잠시도 쉴틈이 없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 이 씨는 “다른 기사들보다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실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밝고 따뜻한 웃음과 안전 운행으로 이 씨의 택시를 일부러 타는 승객이 있을 정도.

놀라운 사실은 운전 시간이다. 아침 8시 쯤 택시를 탄 그는 밤 12시가 넘어 퇴근한다. 하루에 16시간을 운전하고 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지만 그가 이렇게 장기간 운전을 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되는 통증 때문이다.

이 씨는 “마비된 부분은 항상 아파 잠을 자다가도 중간에 깰 정도로 견디기 힘들다”며 “집중해서 뭐라도 해야 통증을 잊는다”고 말했다. 늦은 밤까지 택시 운전은 고통을 잊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그런데 힘든 택시 운전을 외에도 이 씨는 쉬는 날에는 장애인 차량 봉사를 한다. 불편한 몸으로 세상에 나서기가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발이 돼주는 것이다. 이 때는 아내도 따라 나선다. 아내는 이 가 택시를 탈 수 있는 데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사고가 난 후 남편을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안해 본 일이 없다는 아내. 이제는 퇴근한 남편의 몸을 매일 구석구석을 닦아주고 매일 정성껏 안마를 해 준다. 이 씨는 그런 아내가 고맙고 미안하다.

“옆에서 보면 안쓰럽고, 애타고 말로 할 수 없죠. 일일이 말로 다 못하지만 너무 가슴아프고 그렇죠. 내가 안 다쳤으면 서로 건강하게 등산도 다니고...”

이런 남편의 고백에 아내의 얼굴에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씨 역시 어느새 눈이 촉촉이 젖어갔다. 부부는 힘든 세월을 되새기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아내를 통해 운전대를 잡을 힘을 얻고 있다.

방송 후 이 씨의 사연에 많은 청자들이 감동을 전했다.

한 시청자는(didrlf2) “전신지체장애를 이겨낸 당신은 이시대 최고의 멋쟁이다”며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아이디가 `happy2408`인 시청자는 “말로 표현못할 만큼 벅찬 그런 기분과 감정을 느꼈다”며 이씨와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이외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기적의 택시 기사’라며 이 씨에게 성원을 보냈다.

한편 이병호씨가 근무하는 택시 회사는 직원 200명 중 100여 명이 장애인이라고 방송은 전했다.(사진=SBS 제공[TV리포트 조헌수 기자]pillarcs3@yahoo.co.kr
전상룡
희망이라는 이름...

2005.09.20 10:4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