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은 부활주일이었습니다. 우리를, 나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약속대로 다시 무덤에서 일어나신 감격스런 그날.
근데, 저는 그런 부활의 의미를 깨달을 만큼 지난 고난주일을 잘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특별새벽기도회나 어떻게든 안 빠져보려고 바둥바둥했으니까요..... 정말 몸만 고단한 한주였습니다.
그 고단한 주에 한 몫을 한 일이 있었지요. 정말 예정에 없던 목포로의 여행. 그것도 당일치기로요.
화요일 11시, 홀트 아동 복지회. 그날은 어릴적 벨기에로 입양되었던 청년들이 처음으로 친부모를 상봉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자원봉사 통역으로, 29살짜리 청년, 티부가 친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통역해 주었습니다. 입양하러 오는 외국인 부모들의 서울 가이드를 주로 했던 저는 상봉하는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날 프랑스어 통역 자원봉사자가 부족해서 영어인 제가 하게 되었지요.
친아버지와의 어색한 첫만남. 잠깐 동안의 둘만의, 아니 저 포함해서 셋의 대화 후, 다른 상봉 가족들과 함께 한 점심 식사. 둘의 대화는 계속 되고, 아버지는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십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친어머니께서 입양즈음 친아버지와 헤어져 고향인 목포레 계속 살고 계셔서 이날 상봉하지 못한것이었습니다. 티보는 친어머니를 보고 싶어했고, 친어머니의 소재를 아는 사람은 친아버지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전화번호는 없고 어디계신지만 아시는 상황. 그리고, 그 친아버지는 바로 다음날인 수요일만 시간이 허락되는 상황.
통역이 없이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인데, 당장 다음날을 위한 통역 봉사자를 찾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 상황에 갇혀버린(?) 저. 어쩔수 없이(?) 스케줄을 다 접고 다음날 목포행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수요일 새벽기도후, 준비를 하고 7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습니다. 티부가 머물고 있는 이태원 헤밀턴 호텔에 가서 그를 데리고, 친아버지와의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친아버지의 친구분이 직접 운전하시는 봉고차를 타고 목포로 향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좀 지나서 도착한 목포. 그리고 목포항 근처에서 고기를 파시는 친어머니와의 상봉. 티부를 찾은 사실조차 아직 모르고 계셨던 어머니는 티부를 안고 눈물을 떨구시며 조용한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승일아, 우리 승일이. 니가 우리 승일이구나." ('승일"은 티부의 한국 이름입니다.)
두어시간의 짧은 만남. 어머니는 벨기에에서 아들이 준비해온 선물에 다시 한번 감격하셨습니다.
그리고, 드디서 다시 헤어질 시간. 어머니는 티부를 꼭 안으시며 티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승일아, 엄마가 승일이 위해서 항상 기도할게." 어머니는 크리스쳔이셨습니다.
어머니를 멀리하는 봉고안에서 티부는 눈이 붉어졌습니다.
밤10시가 넘어서야 서울 도착. 늦은 저녁을 먹으며 다시 시작된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 그제서야 서로의 진정한 마음이 오가는 듯 했습니다. 빨리 먹고 집에 가려고 했었는데, 결국 자정이 넘어서야 티부를 숙소 데려다 주고, 집에 왔습니다.
정말 고난주일 육체적으로 피곤의 극치였죠. 다음날에는 새벽기도 다녀와서 약먹고 들어누었으니까요~.
하지만, 주님께서는 또한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먼저, 고난주간에 이런 뜻있는 봉사의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스케줄을 다 바꾸고 먼 목포까지 내려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후에 느낀 기쁨은 이루말할수 없었지요.
그리고, 친부모님과 티부와의 상봉. 친부모님의 감격해 사시는 모습을 보며, 입양이라는 상황에 처해보지 못한 저에게 주님은 이런 생각을 하게 하시더군요. '주님도 우리와 만날때 저렇게 감격해 하시겠구나. 우리와 만나기를 정말 정말 기다리시고 또 기다리시고 있겠구나.' 티부가 벨기에에서 친부모에 대한 특별한 그리움 없이 자라는 동안, 한국에 그의 친부모님은 하루도 티부를 잊지 못했다는 말은 들으며. 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주님께서도 우리를 한시도 잊지 않고 생각하시고, 기도하고 계시겠구나.' 티부의 경우, 친부모님이 먼저 홀트아동복지회에 아들을 찾아보고자 신청을 한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친어머니의 마지막 말씀. "승일아, 엄마가 승일이 위해서 항상 기도할게." 이말을 들어면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힘들고 지칠때, 또 기뻐 좋아할때, 언제나 주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겠구나.' 하구요.
오늘 예배후 집에서 '신동엽의 사랑의 위탁모'라는 TV코너를 우연히 보게되었습니다. 입양을 앞둔 어린 아이의 천진 난만한 얼굴이 저로 하여금 이곳에 글을 남기게 합니다. 앞뒤없이 장황한 글이 되어버렸지만요~.
주님으로부터 떨어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지체들이 다시금 주님과 빨리 상봉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주님을 만난 지체들은 다시는 이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티부와 친부모님께 크리스천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되돌아보며, 티부와 친부모님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계속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