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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2004.04.07 0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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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좋은 맘으로 군종모임을 마치고 복귀했다...
그 어떠한 불길한 예감도 못느낀 채....
여느 점호와 같이 내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야! 승환아... 빨리 집에 연락해봐!!"
근데 왜 갑자기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설마........

"할머니... 오늘밤 못넘기실거 같데......"
눈앞이 흐물흐물 물방울들로 가려진다...
볼을타고 물방울들이 뜨거운 여운을 남기고 흘러내린다....

"야! 이 개XX야....!! 니가 울면 일처리 어떻게 할라 그래?
눈물 안 닦아?!!!"

내 귀속으로는 사람들의 말이 웅얼웅얼 거리며 들어온다.
강해져야 한다고 내 머리는 내 몸에 명령을 내리고....
내 두 눈은 애써 눈물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내 입은 '괜찮습니다...죄송합니다....' 이 두마디만
번갈아가며 뱉어내고 있었고...
내 두 손은 강하게 불끈 쥐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은 끝없는 바닥에 쓰러져....
한없이 내리울고만 있었다.

뒤척이던 밤이 지나고 아침일찍 발걸음을 서울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붙어있는 할머니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내 시선과 걸음이 굳어버렸다.
무거워진 두 발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 보이는 할머니의 색깔없는 얼굴을 보는 순간..
또다시 내 몸안에 있는 물들이 밖으로 울컥 나온다....

"할머니가 너만 계속 기다렸는데... 니 얼굴도 못보고...."
"하루만 더.... 딱 하루만 더 일찍 부르지....."
애써 가슴을 치며 누르고 또 억눌렀다.
순간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승환이 휴가 언제 온다냐?"
"며칠 있으면 나온데요 어머니... 그 전에 어서 나으셔야죠"
"승환이 나오면 우리집에서 잘텐데 뭐해줘야되지?
꽃구경도 가게 차 운전좀 해 주거라~"
"예 그래요.... 승환이 나오면 가치 놀러가요...."

그러니깐... 어서 나으세요... 어서 나으세요.... 어서....
몇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의식을 잃으셨다...
"승환아 빨리와!!"

"할머니가 널 얼마나 기다리셨는데...."
"하루만 더 일찍 부르지......."
하루만 더.... 딱 하루만 일찍....

또다시 강한 척 하려 했다....
"괜찮아... 천국가셨자나"
하지만 내 가슴은 여전히 아쉬움과 할마니 손길의 그리움으로
몸부림을치고 있었다....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편안하시라고 기도드렸다....


"할머니~ 이거 바지 안빠셔도 되요!!"
"승환아~ 이 과일 좀 먹어봐봐~"
"할머니~ 밖에서 많이 먹어서 배불러요....."
"그럼 쥬스라도 마셔... 사이다 마시면 배부른거 다 내려가니깐..."
"괜차나요 ... 들어가 주무세요...."
그러다 밤늦게까지 불켜놓고 TV보다 잠들었다.
"아이구.... 뭔놈에 바지가 이렇게 크냐?
아구...무거워라.... 이걸입고 어떻게 다니냐?"
"할머니~ 바지 안빠셔도 된댔자나요....."
"와서 밥먹어라...."
"할머니..... 졸려......"

.....
할머니 집에 갔다....
전과 같지 않게 너무나도 허전하고 썰렁한 분위기...
화장실에가도... 씽크대에가도...
며칠전까지 여기 계시던 할머니 손길이 느껴진다...
지금은 없지만......

전 같았으면 잠도 안주무시고 날 기다리다가
먹을걸 계속 챙겨주시는 할머니에게...
귀찮아하면서... 괜찮다고, 빨리 주무시라고 하고 TV봤을텐데...

오늘은 아무도 없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나의 마음을 조금 흔든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오늘은 그냥 일찍 잤다....

....
아침 일찍 일어나 장지에 갔다....
할머니 사진을 조심스레 들고 걸었다...
관속에서 할머니의 시신이 들려나왔다....

"어머니....어머니............."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할머니 편안하게 쉬세요...."
순간 주님을 찬양했다...
나의 눈물로 주님을 찬양했고...
나의 떨리는 가슴으로 주님께 감사드렸다....

할머니의 묘를 보면서...
천국을 보았다...
할머니때문에... 우리모두 화합되었다...
할머니의 돌아가심으로 주님의 평안한 얼굴을 보았다...
할머니의 미소도.....
전상룡
승환아.. 힘 내라는 말밖에는...
아직까지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흔적'이라는 것이 더욱 슬프게 한다..
할머니에 대한 흔적이 말이다...
나도 승환이 할머니가 묻힌 그 곳(동화경모공원)에 지난 4월 5일(식목일, 청명)에 다녀 왔단다..
우리 아버지의 묘도 그 곳에 계시단다..

2004.04.07 10:57:59
이준호
승환이형 힘내~
2004.04.07 11:45:02
저두 사실 남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1년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거든요.
지금도 돌아가셨나 믿겨지지 않을때가 많아요..
그럴때마다 할아버지 사진보면서 웃곤 하죠.^^
지금은 물론 많이 힘들고 맘이 아플거예요.
1년이 지난 저도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가끔 눈물이 나곤하니깐요.
하지만 우리할아버지도 그렇고 형 할머니도 그렇고
두분다 행복하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계시겠죠?
이 세상에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하시게..
저는 그걸 생각하면서 위로삼고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도 언젠가는 형 할머니와 우리할아버지를 보게되겠죠??
우리 그 때 부끄럽지 않도록 크리스챤 답게 멋지게 살고 갑시다.ㅋ
2004.04.08 22: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