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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2002.08.14 00: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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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라구아다 (De La Guarda)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 공연관람 2002.8.1 8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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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난타>의 공연이 있었을때, 관객석으로 뛰어들어와
무대를 향해 공을 던지며, 주고받던 모습을 보고, 나는
드디어, 무대와 관객의 벽이 허물어졌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록키호러 픽쳐쇼>를 통해,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관객은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도 이젠 이런식의
공연을 즐길줄 알며, 다시 한번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그런식의 공연이 펼쳐졌구나? 하면서, 즐거워했다.
그리고, 이건 고정관념처럼 내 머리속에 자리잡아, 관객과
함께 한다는 공연은 이런식의 공연들을 이야기하는구나? 라고
나름대로 판단을 내려 버렸다.
단, <델라구아다>를 보기전에는 말이다.

<델라구아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객과 무대를 허물었다. 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해, "관객과 무대를 박살내었다!" 라는 식의 과격
한 표현을 써야할것만 같다. 그도 그럴듯이, 이건 정말 파격적이다.

흔히들 공연이라 함은, 무대가 있고, 그 무대는 관객이 위치한 정
면에 서 있으며, 그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며, 관객에게 호응
을 이끌어 내는식으로 알려지고 알아왔으며, 우리는 그걸 당연스레
했었다. 하지만, 그건 고정관념이다. 무대라는것이 꼭, 우리의 정 중
앙에 위치해 있을 필요가 있나? ............ 아니, 이 <델라구아다>
를 통해서 보면, 무대라는것은 정면에도, 머리위에도, 내 옆에도, 내
뒤에도 있다.
즉, 무대는 내가 서 있는 그곳이다.

그렇다, 이제 눈치를 좀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델라구아다>의 공연
무대는 따로 없다. 내가 서있는 곳이 무대이고, 그 무대를 관객과 배우
들이 함께 장식하는 것이며, 따라서, 흔히 말하는 좌석도 없다. R석,
S석, A석, B석.. 얼마의 돈을 내고 얼마만큼의 좋은 좌석에서 공연을 보
느냐는 의미가 없다는것이다. 그렇다면, 그 가치는 어떻게 달라지느냐고?
그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당신이 참여했느냐에 달려있다. 당신
이 공연을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즐긴다면, 그것은
R석의 위치에서 감동적으로 공연을 본것이고, 당신이 소극적으로 뒤로
물러앉아, 공연을 즐겨 본다면, 그것은 B석, 아니.. C석의 위치에서 공연
을 본것이다. 이 공연이 기존의 다른 공연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스탠딩
공연이라는 것과 당신의 참여도에 따라 공연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할수
있겠다.

잠시, 'De La Guarda(델라 구아다)'의 뜻을 알아보면, 델라구아다는
스페인어로 '지켜주는이' '관리하는 사람' 등의 뜻으로 '수호천사' 라
는 의미를 가지며, 1995년 아르헨티나의 드라마 학교 출신 배우들과
암벽등반가, 서커스 단원 등이 함께 모여 초연했던 작품이다. 그러다가,
97년 부터 세계 각지의 공연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
작했으며, 이제는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으로서, 어느정도 각광을 받고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탄생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정확한
그 태어남의 배경과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을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가
않다. 우선은 무형식의 형식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이며, 이속에는 알듯
모를듯한 제작당시의 아르헨티나의 아픔과 극복, 애달픔, 그리고, 열정,
관능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그들의 모습은 비상을 나타냈으며, (그만큼
자유로워 보였다.) 종이를 뚫고 내려오는 모습은 답답한 현실을 뚫고자
하는 바램으로 보였고, 그들의 부딪침과 포옹은 서로를 부둥켜 앉고서
"우리 같이 극복해보자." 하는 의지로 느껴졌으며, 그들의 관능적인 춤
은, 바램의 몸짓으로 느껴졌다. 뭐, 나의 개인적인 느낌으로 본것이지만
마치 그렇게 보였다는것이다. 다른 관객들은 분명 다른 기분으로 다르게
그 공연을 느꼈을거라 생각하기에, 무형식의 공연이라는 점은 더욱더, 설
득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모두가 참여하는 공연, 그렇게 1시간 20여분간을 흠뻑젖어 나올수 있는
공연, 그러면서도 서로의 젖어 꾀죄죄한 모습을 보며, 웃을수 있는 공연.
그리고, 공연속에서 자신의 원초적 본능을 맘껏 발현할수 있는 공연.
그런 공연이 이 <델라구아다>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감히 이야기해
본다. 그만큼 나는 흠뻑 젖었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J&B 칵테일 한잔을 들
이키며 길을 떠나왔으니까..
그 의미가 어떻든간에, 축축하지만, 그래서 찝찝하지만, 뭔가 확풀린 듯
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길은 가벼웠다.


* 사족: 공연의 대중화라는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많이 하곤 한다. 이건, 너
무 어려워서 관객의 일부만이 이해할수 있는 공연을 자제하고, 대중적인 공
연을 하자. 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공연의 대중화라는 것은, 모
두가 맘만 먹으면, 부담없이 볼수 있는 공연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적인 공연이란, 흔히 이야기하는 경제적 부담(?)을 크게 주면 안된다. 어
찌보면, 이것은 대중적인 공연을 모든 시민에게 선사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
이겠지만, 공연을 보여주는 제작진으로서도, 이것을 충분히 감안했으면 한다.
50000원의 공연관람비, 신나게 보고 와서, 신나게 떠들수 있으니, 나에겐
그리 크게 아깝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부자인건 아니다.)
하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몇일씩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아껴가며 부들부들 떨
리는 손으로 공연을 선택하는 입장에 서고 보면, 대중적인 공연이라는건, 먼
나라의 이야기다.
나도 학생이다. 그것도, 정말 하고 싶은것 많은 대학생. ..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경제적 이유때문에, <델라구아다>는 이만 접는다.
하지만, 정말 신나는 기억이 될것이다. 혹여나, 이번 방학때 다시 아르바이트
를 함으로서, 내가 보고싶은 공연을 다시 볼수 있는 여비를 얻게된다면, 다시
제대로 보고 와서 <델라구아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www.freechal.com/sander77
sander77@freechal.com

Rainbow C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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