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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2001.09.12 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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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그림 그리러 가게 근처 공원에 갔다가 그 사고를 봤어요.
비행기 소리가 너무 커서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보니 무지하게 큰 비행기가 제 머리 위를 바로 지나가는 거에요. 바보같이, 저렇게 낮게 날아도 되나..하고 생각하자마자 그대로 제 눈앞에 있는 쌍둥이 빌딩에 받아버렸습니다. 너무 놀라서 달려가봤는데 정말 아수라장이였어요. 애써 영화촬영을 하나..이벤트를 좋아하니 또 쇼를 하나...하며 생각할려고 했는데...눈 앞에서 꼭대기 사람들이 그냥 툭,툭 떨어지며 자살하는 걸 보니..아무 생각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두 번째 비행기가 날라와 부딪히고...가게 근처로 돌아와 이모부랑 얘기하는데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구하려고 들어간 사람들도 많고 아직 꼭대기에서 수건 흔들던 사람들도 있었는데....정말 너무하죠..

맨하탄 교통이 온통 마비돼 한 시간 반이나 걸어 집에 돌아왔는데, 배도 고프고 너무 다리도 아픈 거에요... 미안해요. 그냥... 얼굴도 한 번 못 본 사람들인데..저랑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잖아요.
예전에 동신이 오빠가 주님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낫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전도사님께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걸어오며 그 생각을 해봤습니다....정말 모르겠어요. 무슨 뜻인지..

동두는 괜찮을 거에요. 스테이튼 아일랜드라고 맨하탄에서 배타고 가야하는 곳에 있거든요.
아마 배타고 왔다갔다할 때 그 큰 건물이 사라졌으니 많이 허전할거에요.

정말 길고 긴 여름을 보내는 거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주영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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