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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2001.07.23 2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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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3
존 휴스턴 감독/ 샘닐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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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3년 <쥬라기 공원> 개봉당시,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했다는것
외에도, 수백만년전의 공룡을 재현시켜서, 영화로 만들어 낸다는 사
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스필버그의 영
화주의는 사실그대로, 밝은 동화같은 이야기들이 넘쳐 흐르곤 했고,
아이들을 열광시키고, 그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는데, 충분했습
니다. 하지만, 97년 <쥬라기 공원2>의 개봉부터는 그런 그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씩 반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가
장 중점적이면서, 신경을 써서 이야기하는 가족영화에 대한 것들이
<쥬라기 공원2 - 잃어버린 세계>에서부터는 깨지기 시작했으니 말입
니다. 이 영화에서부터,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유해할만하다라는
장면들이 등장했고, 스필버그의 영화라고 해서, 다 안심하고 보여주기
엔 문제가 있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아간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4년 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쥬라기 공원3>가 개봉을 했지만, 영화는
점점더, 스필버그 식의 틀을 잃어버리고, 공룡을 친근하고, 새로운
생명체로 인식하며, 이야기하는것이 아닌, 공포의 대상으로 보게하는
계기를 가져왔습니다.
이젠, 더운 여름에 걸맞는 시원함을 선사할 공포 영화 <쥬라기 공원 3>
입니다.

2. 이번 쥬라기 공원 3의 감독을 맡은 조 휴스톤 감독은 원래, 촬영
감독 출신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근간의 영화작업을 하는중에,
이번 영화의 감독을 맡게 되었고, 스필버그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빌려주어, 이 영화의 제작이라는 타이틀만을 걸어준 셈인데.. 어찌되
었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을 떠난 영화는 그 분위기나 내용에 있어
서 전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뜻한 감정
과 순수함이 보여지던 전작과는 달리, 촬영감독 출신인 감독은 박동감
넘치고, 뛰고 쫓기는 그런 장면들이 더 친숙하게 다가왔나 보지요.
결국은 수많은 공룡이 등장해서 날뛰다가 다 사라져 버리는 장면의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3.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게 있다면, 90분이 안되는 짧은 런
닝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비디오 물도 아니고, 그래도
여름 시즌 블록버스터라는데, 너무 짧은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쥬라기 공원 3>는 그 상영시간마져 꽤 버거워 보
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한 섬에 갖혀버리는 주인공들이 공룡들을 피해
끊임없이 도망을 다닌다. 라는 밑바탕를 중심으로 전개가 됩니다. 영화
상영 시작 20분만에 사람이 죽으면서, 어느새 영화는 절정에 도달해 버
렸습니다. 거기서 부터, 1시간 가량 주인공들은 마냥 도망만 다니는 것
이죠. 저의 불만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물론, 화려한 볼거리도
좋지만, 볼거리고만 영화를 도배하는게 과연 시각적 즐거움의 욕구에 대
한 보답 차원에서 행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분명
한것은 공룡의 움직임이 가장 떨어질수밖에 없는 <쥬라기 공원1>이 사람
들이 가장 좋은 영화이며,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되고, <쥬라기공원3>
가 지극히 단순한 내용전개로 인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며, 그 자체
로서 영화적 재미도 떨어뜨리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거라는 생각
입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은, 역시나 나오지 말
았어야 하는 또 한편의 작품은 아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제 쥬라기
공원 4탄이 준비중이라는데.. 과연, 그때 그 영화에 대한 또다른 희망을
가져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절망해야 할지 햇갈리는 군요. 하지만, 늘 그
렇듯이 4탄이 나오면 또 전 극장을 갈거라는 사실입니다. 속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역시나 속고야 마는, 어리숙한 믿음이랄까?

4. 오랜만에 감상문이라는걸 쓰려고 하니, 정말 힘들군요. 근 몇개월만에
처음 올리는 감상문 같습니다. 하하. 다음에는 이렇게 쓴다는걸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지도...

2001. 7. 20일 19:15 잠실의 모 극장에서....

Rainbow C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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