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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2001.06.10 23: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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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 그리고 친구들에게.
벌써, 아니 5일 밖에 안 지났다.
아직 적응이 안 되었나 보다. 모든 생활과 특히 잠에서는 매우 힘들다.
이곳에서 교회를 갔다. 감사 헌금두 내고, 앞에 나가서 찬양도 불렀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지만, 군대에서 처음 예배와 참양을 했다. (좀 창피했지만)

5월31일
몰래몰래 시간 날때 적다보니 날짜가 많이, 아니 이틀이나 더 지났다.
맨발로 밖에서 생활하다보니 발에 물집이 잡히고, 까지고 피도 난다. 무지 아프다.
그래도 어쪄겠냐? 참아야지.
우리 내무반 애들 넘 잼있다. 부산 사는 놈들이 많아서, 사투리에, 말 끝마다 욕이 붙는 것 같다.
목소리도 커서 꼭 싸우는 것 같은데... 그냥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글구 매일 친구(영화) 얘기 밖에 안한다. 친구에 거리가 어땠냐는 둥,
극장이 자기 집 옆이라는 둥 이런저런 얘기.
여기서 저 애들과 같이 있는게 참 다행스럽다.
참! 조교님 또한 다른 조교님들보다 친절하다.
욕도 잘 안하고, 아무래도 주님이 보살펴주나보다.

은영인 잘 지내냐? 석준이 형 휴가는 나왔냐? 자대배치 받으면 바로 100일 휴가 나온다던데...
참! 너 경석이 여자 빨리 소개시켜줘라. 경석이 안타깝다. ^^
여기서 성경책두 많이 읽는다. 짐 내 옆에 있는 애들이 성경책 읽는데, 거의 다 첨 읽는다구한다.
어떻게 이걸 읽냐고 하면서 읽는데두 읽을만 하다구 읽는다.
교회를 거의 안다니는데, 이번주부턴 교회 간다고한다. 참 좋다.
물론 먹을거 줘서 다간다고 하지만..
주님의 뜻이라 생각한다. 은영이는 석준이 형 100일 휴가 나오면 재미있게 보내라.
글구 원철이는 내가 부탁한거 하고 있냐? 원철이한테 참 고맙다.
훈련소도 같이 와주고, 어쨌든 내가 부탁한 거 해주고, 건강해라.
너두 여자친구 빨리 make하고..
저번주 주일날도 동기들끼리 모였냐? 많이 모여라.

방금 편지 쓰다 걸려서 얼차려 받고왔다. 무지하게 온몸이 쑤신다.
그래도 또 적는다. 참! 나 머리두 잘렸다. 0.3mm 삭발...
편지에다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 쓰다걸리고 쓰다 훈련나가고 헷갈린다.
팥빙수 먹고싶어 죽겠다. 짐 젤루 먹고싶은게 팥빙수다. 쩝...
우리 은경누나는 잘지내나? 우리반 애들이 잘 나와야 할텐데..
은경누나 말 잘 들으라고 해라.
말안들으면 내가 휴가나가서 다 죽여분다. ㅋㅋㅋ
빨리 휴가 나가고 싶다. ㅠ.ㅠ
영규는 알바 아직두 하겠지. 경석이두... 경석이 걱정이 젤루 많이 된다.
여자친구.. 아무나 빨리 해주라.
철귀는 6주차 훈련 끝났겠다. 철귀 아직 배치 안 받았지?
석준이 형 주소 알면 보내주고, 철귀도 아는대로 보내줘.
빨리 교회가고 싶다. 초코파이 먹으러, 요구르트랑... 배고파...

1년차 애들도 잘지내지? 규호랑, 동두랑, 승기, 승환, 서희, 수연이, 호성이. 다 잘지내지?
며칠 안 지났는데 넘 오래된거 같아. 몸 건강히 잘 있는지 궁금하다.
편지 쓰는게 군대 오면 낙이라고 하는데, 진짜인가 보다.
얼차려 받고도 또 쓰고 있으니, 미쳤지..
겜하구시포.. 스타, 디아, 포트리스 하고싶다.
요즘 잘때 매일 꿈꾸는데, 꿈이 아니라, 옛날에 했던 일들이 꿈에 나타난다.
교회에서 있었던 일 들만 꾼다. 잠은 그래서 잘 자는데... 불침번 정말 싫다.
이제 준상이 형도 곧 군대가는군. 한번 와보슈.. 어떤 곳인가..
훈련소는 다 똑같다고 하니까.. 정말 힘들다. 덥고.. 미쳐..
나 휴가 나갈쯤이면 사람들 더 없겠다. 하나둘씩 군대를 가니..

교회 완공은 언제지? 이래저래 궁금한게 많다.
나휴가 나갈때, 다 완공했으면 좋겠다. 수도여고 싫어..
참! 여기서 편지 많이 오면 휴가 보내준다고 하네. 편지 많이 써라.
우리 누나도 보고싶고 교회 사람들 넘 보고싶다.
엄마두 보고싶고, 영은이두 보고싶군.. 영은이랑 전날 같이 만났는데.. 전도사님 댁에서..

쓸말이 별루 없는데 계속 쓰고 싶다. 다른 애들도 나 때문에 다 편지쓴다.
걸리면 단체 얼차려 받자구, 우리 내무반만 왕따거든.
혼자 내무반이 따로 있어서 신경을 잘 안써. 그래서 편지를 쓸 수 있지롱. 한번 걸렸지만..
내일 훈련 받을때 난 죽었다. 다리가 막 떨려..
암튼 다들 건강히 잘 있어라.
높으신 분들은(나보다 나이 많은 분), 건강하시구요..
시간나면 또 쓸께..
답장 꼭 써.. 안녕..

2001. 5. 31 훈련병 윤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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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연무읍 죽평리 사서함 76-14호
제 30 연대 7중대 4소대 1분대 167번 훈련병 조윤구 ( 우. 320-830)

입대일이 5월 25일이라 아마 6월30일 안에 편지써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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