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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2001.06.01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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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딩 포레스터
구스만 산트 감독 / 숀 코네리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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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영혼을 정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문학이 존재함으로 해서, 문학이 근간이 됨으로 해서 문학작품속에 투영된 작가는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의 창작품으로서, 초고를 쓰고, 재고를 하는 일련의 과정속에서 탄생한 한권의 책을 보았을때, 작가는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책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후련함이랄까? 아니면, 일말의 미련이랄까? 책을 쓰면서 한간에 느꼈던 어휘에 부족함에 대한 회한이랄까? 난 항상 이런것들을 궁금해 하곤 했다.

창작품에 대한 일련의 비평들, 특히나 평론가라 논하는 이들의 평론에 의해 작가본연의 의미는 퇴색되고, 의도는 변색되며, 다음 작품을 써야겠다는 창작의지는 수그러들곤 한다. 비평이라는 입장에서, 바른길을 제시한다는 의미보다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새로운 사고의 해석을 남기고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언제나 비평은 주의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내가 가지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때, 나의 꿈은 평론가 였고, 내가 항상 추구하는것은 바른 비평이었으며, 작가가 이야기하지 않은 입장을 대변할수 있기를 바래왔다. 그리하여, 무조건적인 작가의 사생활과 관련시킨 비평 자체는 자제 해왔으며 그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류의 잡담을 쓰면서도 느끼는 것들은 이런 비평 자체는 대상이 있을때나 이루어지는 것이지, 대상없는 비판이란 자신에 대한 비판일수 밖에 없는 역설속에 갖히는 현상이다. 결국, 진정한 창작만이 있어야지, 또는 창작을 하는 비평가가 존재해야지, 비평만을 할줄 아는 비평가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무척 공감할수 있는 면이 많은 영화였음에 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한시대의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윌리엄 포레스터가 은막속으로 사라지기를 그토록 바랬던 것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그의 작품을 논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그가 완전히 문학을 떠날수 없었던 것또한, 영혼을 고취시키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정화시켜주는 문학에 대한 매력을 있지 못하였기에 그런것이 아닐까?
바로, 그점이 영화속에서나 이루어지는 대작가 윌리엄 포레스터와 자말의 만남이 아름다워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사람의 만남은 고립되어 있던(자기만의 세계에 살던..) 작가가 세상에 나온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것은 문학의 계승적 차원이다. 윌리엄 포레스터의 사고와 생각은 소년 자말에게 건네지고, 소년에게 건네진 그의 기억은 다시금 자말의 글속에서 살아남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문학의 영원성이고, 이점이 내가 문학을 비롯한 인간의 문화장르를 다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쨋거나 별볼일 없고 따분할수 없는 스토리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도 이런 문학 이야기로 시작해서 문학이야기로 끝낼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만족스럽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굳윌헌팅>을 만들었던 구스만 산트 감독이 다시 이 영화를 만든것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또 이런 영화를 만들었군!' '감독 당신 이런류의 영화에 대한 미련이 너무나 많은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천재성을 우연히 발견하게되고, 그것을 알아주는 단 한명의 스승을 만나서, 결국은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이미 <굳윌헌팅> 에서도 보여주었던 그의 스토리 형식인데, 이번에도 그는 그걸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즐기고 있다는것이 어쩌면, 감독 자신부터가 이런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묘사해 낼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감독 자신도 우연한 계기로 감독의 자리에 설수 있었던 자전적 이야기는 아닐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많은 의문이 남는다. 하하하..
마지막에 변호사역으로 멧 데이먼이 나온것을 보며, 더더욱 그의 영화라는 생각을 한다. 그의 영화다. 그의 영화다.

비평은 자제하지만, 과연 굳윌헌팅과 다른건 뭐야? 하는 의문만은 지워지지 않는 가운데...

2001. 6. 1 금요일 10:20 정동 스타식스 2관 7열 21번에서..
그들의 재능과 그걸 중요시하고 즐길줄 아는 여유를 부러워 하며..

Rainbow C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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