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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2001.01.07 1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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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는 참 예쁘고, 마음이 고운 아이였다. 성격또한 쾌활하고
밝았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으며, 모임을 할때면, 그 아이를
보러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4년정도를 그냥 그렇게 알아오다가, 요 근래 1년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서 친해졌다. 남자친구 문제에, 학과문제..
취미부터 여러가지 잘 맞는 아이였다. 전화통화가 길어졌고, 같
이 식사하고, 차마시는 기회가 많아졌다. 난, 항상 그 아이의 밝
은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무슨 걱정이 있을때면 항상 전화를
하곤 했다.
수능을 다시본다고 공부한다던, 그아이가 수능을 보기전이었던
가 그냥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가 무리해서 입원한줄로만 알고
지냈었는데, 그 병이 단순한 빈혈이라고 했다가, 위장내 출혈로..
그리고, 위암 초기로 밝혀지고 나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암
이라니.. 젊은 나이에 암이라는 사실에, 난 놀라기만 했다. 그래
도 다행스럽게 젊을때 그리고, 빨리 알았으니 나을줄로만 알았다.
첫 병문안을 갔을때, 그렇게만 알고 있던 아이의 모습이 무척
이나 초췌해 보였다.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미식가 였던 아이가..
너무나 이것저것 먹고 싶은게 많았던지, 병이 다 나으면 먹고 싶
다던 것들의 메뉴를 적은 종이를 보여준 기억이 난다. 종이에는..
탕수육 부터 시작해서 빽빽히.. 그 아이가 먹고 싶어하던 음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난 꼭 나으라고, 나으면 같이 하나둘씩 먹
으러 가자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때는 꼭 나을줄로만 알았다.

초유는 알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후로, 별다른 연락을 하지
못했다. 서울대학병원앞을 지나치면서도 쉽사리 초유의 병실에 들
어 가지 못했다. 왠지모를 부담감이랄까? 갑작스럽게 찾아가는게
환자에게 도움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리고, 마지
막으로, 초유에게 <나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겼어. 이젠 종종보기 힘
들겠네.>라는 메시지를 보고서, 1월 6일날 친구들과 함께, 병문안
가겠다고 남겼었다. 가서, 어떤지 보고, 힘내게 해줘야지 하는 생
각과 함께..

그런데, 초유는 그 전 1월 4일 새벽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위암초기라던 진단은 거짓이었고, 말기라서 어떻게 손도 대보지 못
하고 환자만 고통스럽게 하고서 떠나버린것이다. 상가집에 가면서도
좀처럼 믿기지 않은 사실에, 멍한 기분으로 있다가, 술을 마시면서..
초유가 없음에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친구에 대
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는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고 용기를 냈으면..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텐데..

어제가 발인하는 날이었고, 오늘이.. 녀석에게 병문안 가기로 한
날이었다. 조금만 더 건강하고 힘이 남아있었더라면, 마지막이라 할
지라도 얼굴이라도 볼수 있었을텐데.. 미안하다. 초유야..
갑작스레 녀석의 웃는 얼굴이 생각나서 이래 괴로울수밖에 없었다.
하늘나라에서만큼은 행복하겠지.............

Rainbow C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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