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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2000.11.16 19: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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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이: 학기초라 들뜬 기분 때문에 도서관을 가지 못했지요.
> 그래서 그녀를 일주일동안 보지를 못했읍니다.
> 교양시간이 많이도 기다려지더군요.
> 그 교양수업이 시작하기 20분전쯤에 강의실로 갔습니다.
> 앞자리쪽에 가방을 던져놓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 얼마후면 그녀가 나타나 제 근처에 자리를 잡을거라 기대를 했습니
다.
> 강의실앞문쪽에 시선을 두고 그녀만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
다.
> 왜냐구요?
>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었거든요.
> 그리고 침에 어룩져 버렸던 그녀의 책도 새로 하나 샀습니다.
>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혹 수강변경이나 해버리지 않았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 결국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강의는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 그녀를 못보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 수업이 끝났을때 복도에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 친구와 같이 있더군요.
> 친구와 같이 가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 책을 주기는 그랬습니다.
> 더군다나 그녀의 책이 아니라 새로 산 책이니 말입니다.
> 할수 없습니다.다음에 보게되면 주어야 겠습니다.
> 미안하다는 글도 하나 적어 같이 주어야 겠습니다.
>
> 민이: 학기초라 여기저기 불려다녀 도서관을 가지 못했답니다.
> 이번주 전공수업은 책없이 강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 드디어 한민족의 역사라는 교양과목이 있는 날이 돌아왔습니다.
> 그 교양은 그와 같이 듣는 수업이지요.
> 기대가 됩니다.
> 교양수업이 시작하기 30분전쯤에 강의실로 갔습니다.
> 친구가 앞자리도 많이 비었는데 왜 굳이 뒤에가 앉느냐고 따지더군
요.
> 그럴일이 있단다.이 기집애야.
> 친구와 커피를 한잔 뽑아 강의실 뒷문 계단쪽으로가 잠시 수다를 떨

> 습니다.
> 수업이 시작할 무렵 약간은 설레이는 맘으로 강의실로 돌아왔습니다.
> 그가 내 근처에 앉아 있을것만 같았거든요.
>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혹 그가 수강변경이나 해버리지 않았나 걱정이 되더군요.
> 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 수업이 끝났을때 저기 앞쪽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를 보았기 때문입니
다.
> 그는 도서관에서처럼 일정한 자리에 앉지 않았습니다.
> 복도에서 그와 마주쳤는데 또 횡하니 가버렸습니다.
> 아주 모르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 분명히 날 알텐데 말입니다.
> 진짜로 날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에이 설마 방학때 그렇게 도서관에서 자주 보았는데...
> 책은 그래서 받지 못했습니다.
> 아무래도 그책은 새로 사야겠습니다.
>
> 철이: 오늘 우연찮게 그녀를 만났습니다.
> 자전거를 타고 가는 친구를 붙잡아 뒷자리를 신세졌었습니다.
> 사대앞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갔었지요.
> 지나치는 가을냄새가 상큼했습니다.
> 그런데 자전거모는 놈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더니 헨들을 한쪽을 홱
> 틀었습니다.
>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튀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 하하. 그 여학생은 바로 그녀더군요.
> 다행히 그녀를 치인건 아니었읍니다.
> 그리고 자전거 운전한 친구에게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단지 멋모르고 뒷좌석에서 손놓고 있던 나만 공중에 붕 떴다가 한바

> 굴렀지요.
> 속력 때문에 난 그녀가 서있던 바로 앞에까지 굴러가 쳐박혔습니다.
> 치마입은 그녀의 다리가 참 예쁘더군요.
> 손바닥에서 피가 났습니다.
> 하지만 아픈줄을 몰랐습니다.
> 왜냐면 쪽팔렸기 때문입니다.
> 주위에 사람들까지 모여들었습니다.
> 얼굴을 못들겠습니다.
> 그녀가 보는앞에서 이 무슨 창피냐...
> 저기 떨어진 내 가방을 주워 들고는 차마 그녀의 얼굴은 쳐다보지 못

> 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자전거운전수놈에게 주먹을 불끈
> 쥐어보이고 죽어라 뛰었습니다.
>
> 민이: 오늘은 큰일날뻔 했습니다.
> 사대앞 내리막길에서 길건편 친구가 부르길래 무심결에 길을 건너다

> 급히 내려오는 자전거에 치일뻔 했기 때문입니다.
> 다행히 그 자전거는 내 바로앞에서 멈추었지만 뒷좌석에 타고 있던

> 학생하나가 날라서 내 바로 앞에 떨어졌습니다.
> 이런 내 앞에 떨어진 남학생은 바로 그였습니다. .
>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정도로 그는 심각하게 자전거에서 떨어져 굴

> 습니다.
> 갑자기 맘이 아프더군요.
> 손을 잘못 짚었는지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 그는 많이 아팠는지 한동안 얼굴도 못들었습니다.
> 난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줄려고 했습니다.
> 근데 그는 자기와 같이 떨어진 가방을 들고는 단지 주먹만 쥐어보이

> 뭐가 급한지 엄청 빠르게 뜀박질하여 멀리 사라져 갔습니다.
> 손수건을 들고 한동안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습니다.
>
> 철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 자전거에서 떨어져 생긴 손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창피당했다는

> 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 그녀 볼일이 막막합니다.
> 그래도 수업은 들어가야겠지요.
> 하지만 책은 주지 못하겠습니다.강의실 앞좌석 한자리를 잡고 앉았습

> 다.
> 내 앞자리에는 가방 몇개만 남겨놓고 주인들은 어디를 나갔나봅니다.
> 앗 그 가방들의 자리는 그녀일행들의 자리였습니다.
> 수업이 시작할 무렵 그녀와 그녀친구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와
> 그자리에 앉더군요.
> 좀 머쩍어 했습니다.
> 제법 긴 머리 때문에 그녀의 하얀목은 볼수가 없었지만 대신 그녀머

> 결의 향기를 맡을 수가 있었습니다.
>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는 하긴 했나봅니다.
> 그녀가 시위를 하듯 이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전에 내가 베고 잠이들

> 침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던 그 책과 같은 책을 꺼내어 놓았습니다.
> 책표지사이에는 크게 9543** 일교과 소수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소수민은 그녀의 이름인가 봅니다.
> 하하 그녀는 약간 공주병이 있나봅니다.
> 저렇게 크게 자기이름을 광고하는걸 보면 말입니다.
> 내가 사놓은 책과 또한 그녀의 예전 그책은 이젠 어떡하지요?
> 이름도 그녀처럼 예쁩니다.
> 소수민.소수민? 소수민...
> 근데 속으로만 중얼거린다는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 그녀가 뒤를 돌아보더니 "예?"라고 그랬습니다.
> 하하 그것이 그녀와의 첫대화였습니다.
> 때마침 교수가 우리민족은 동북아의 소수민족 만주족이 한반도쪽으로
> 남하하여...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그래서 난 그녀에게 "족."이라고 대답해 주었지요.
> 뭔가 기분나쁘다는 인상을 나에게 주더니 아까 그녀의 이름이 적힌

> 책에다 무언가 적고는 나에게 잘 보이는 쪽으로 옮겨놓더군요.
> 그 책을 보았습니다.
> 그 책에는 새로이 여덟자가 적혔있었습니다.
> "할수없이 새로산책" 책내놔란 무언의 시위란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
다.
> 하지만 오늘은 책을 안들고 왔는데 어떡하지요?
> 그렇게 그날은 그녀의 바로 뒷자리에서 교양수업 강의를 들었습니다.
> 이제 도서관처럼 이자리를 제 고정자리로 할렵니다.
>
> 민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날입니다.
> 그때 자전거사건 이후로 아직 그를 못보고 있습니다.
> 오늘은 그를 볼수 있겠군요.
> 손은 괜찮을까요?
> 이번엔 혹시나하고 앞자리에다 자리를 맡았습니다.
> 그가 저번에 앉았던 바로 앞자리입니다.
> 그에게 내가 그가 앉았던 자리근처에 자리를 잡았다는 인상은 주기싫

> 기에친구를 꼬셔서 커피를 마시러 나갔습니다.
> 강의실로 돌아와보니 반갑게도 그는 내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습니
다.
> 오늘도 이 교양수업은 출석을 부르지 않는군요.
> 수강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교수는 출석 부를 엄두가 나지 않는 모

> 입니다.
> 그는 아직 내 이름을 모를것입니다.
> 난 책에다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 단지 글자를 알아볼수 없는 사인만 해놓지요.
> 그러나 난 그에게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 교수가 출석을 불렀다면 굳이 이런짓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 그가 주지 않아 새로산책에다 크게 이름을 적어 밖으로 내어 놓았습

> 다.
> 충분히 그가 이책의 내이름을 볼 수 있을겁니다.
> 호호 역시 그는 내이름을 보았나봅니다.
>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 그의 입에서 내이름 석자가 불리어 졌습니다.
> 나도모르게 뒤돌아 "예?"라고 답해버렸지요.
> 에그 쑥스러워라...
> 근데 그는 약간 멋적은듯 멀뚱거리더니 "족"이라고 답했습니다.
> 무슨뜻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 교수가 강의하는 내용에서 소수민족이라는 단어를 듣고서야 그가 내

> 름가지고 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좀 분했습니다.
> 책도 안돌려 주고 그가 좀 얄밉더군요.
> 그래서 책에다 다시 열네자를 썼습니다.
> 네가 주지않아 할수없이 새로산책앞에 여섯글자는 연필로 아주 작게

> 습니다.
> 그리고 조금 지나 지워버렸구요.
> 내가 무슨 짓하나 모르겠습니다.
> 자기이름은 뭐 그렇게 좋나? 혜철이?
> 그렇게 나쁘지는 않구나...
> 그가 좀 얄미웠던 건 사실이지만 다음주부터 이자리는 제자리가 될것
> 같습니다.
>
> to be continued......
>
삭제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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