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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2000.03.28 0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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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정상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산은 지금까지의 어떤 여정보다도 더 멀리 우리를 떼어놓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살고 있는 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는 동안에는, 아직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상상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었다-내가 숲 속의 조그만 개울에 던지는 이 작은 가지는 틀림없이 그녀가 있는 것으로 흘러가서, 오늘 안에 그녀의 정원까지 다다를 것이라고.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그리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감정을 안심하고서 흘러보낸다.
산을 넘고나면 상상력도 감정도 하나의 장벽에 가려지게 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우려에 불과할 것이다. 산의 저쪽이라고 해도 이쪽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 나를 그대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여, 설사 불가사의한 운명이 그대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내가 그렇게도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는 천국의 문을 뜻밖에 닫아버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영원토록 그대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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