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동협의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료급식 현장이다. (사진제공 후암동 교동협의회) 
 
여기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함께 이웃사랑에 동참하는 교회들이 있다. 바로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9개 교회의 모임인 교동협의회다. 이들은 신학과 신앙의 차이를 따지는 일을 뒤로 미루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웃을 돕기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교동협의회는 교회와 동사무소의 협의체라는 뜻이다. 후암동 교동협의회에는 금성교회(목사 전두선)·남산중앙교회(목사 유수인)·산정현교회(목사 최상순)·숭덕교회(목사 권정희)·영주교회(목사 성홍모)·중앙루터교회(목사 한영복)·후암교회(목사 손상률)·후암백합교회(목사 김세진)·후암제일교회(목사 조진형) 등 후암동에 있는 모든 교회가 참가하고 있다.

교동협의회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들 교회가 교동협의회를 조직하게 된 것은 9년 전인 1997년 겨울이다. 연말에 교회들이 동사무소에서 가난한 사람 명단을 받아 도우려고 했는데, 각 교회가 따로 하다보니까 지원이 적절하게 배분되지 못하고 교회 간의 경쟁도 생겼다. 어떤 교회는 적게 하고 어떤 교회는 많이 하게 되어 비교 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교회 목사들과 후암동장이 만든 협의체가 교동협의회다. 동에서 감당하기 힘든 재정이나 인력을 교회에서 지원해주니 동사무소에서는 적극 환영했다. 교동협의회는 후암동의 사회복지 사업에 연간 80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후암동 교동협의회는 철저하게 이웃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들은 교회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일을 한다. 때문에 교동협의회를 통해 도움을 받은 지역 주민들은 어느 교회의 도움을 받는지 알 수 없다. 교동협의회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300가정에 각 20kg)'을 한다. 또 청소년 가장과 결연을 맺어 생활비를 지원하며, 이외에도 헌혈과 반찬 나누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주민을 돕는다.

  
 
 ▲ 교동협의회는 지역의 노인을 대상으로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도 한다. (사진제공 후암동 교동협의회) 
 

지역의 현안을  함께 고민하는 9교회

특별히 이 지역에 많이 있는 독거노인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독거노인들에게 300여 개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경로잔치를 마련하고, 출장 목욕 서비스를 하는 등 동사무소와 복지관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성실하게 돕고 있다. 이런 일을 위해 교동협의회 소속 교회의 목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기도 모임과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동장도 참석해 목사들과 머리를 맞댄다. 
 

  
 
 ▲ 후암동의 9교회는 성탄절에 함께 모여서 성가대회와 함께 예배를 한다. 이때 나온 헌금 역시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사진제공 후암동 교동협의회) 
 

교회 연합 차원에서도 후암동 교동협의회는 모델이 될 만하다.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각 교회의 성가대가 모여 성가 발표회를 겸한 예배를 하고, 헌금을 모아 100%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또 새벽기도가 끝난 뒤 길거리 청소에 교인들이 나서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이것으로 2004년 서울시와 용산구에서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타 교단 목회자들의 연합의 장

교동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권정희 목사(숭덕교회)는 "처음에는 서로 서먹했지만, 지금은 같은 노회에 소속된 목사님들만큼 친하게 지낸다. 오히려 같은 노회 목사님의 경조사는 못가도 같은 동네 목사님 경조사는 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의 신학과 신앙의 모양은 다르지만 이웃을 섬기는 데는 모두 마음을 같이 한다고 했다. 이 교회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기 위해 공동으로 만든 전도지를 만들어 사용한다. 각 교회의 부흥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복음화가 목적인 셈이다.

권 목사는 "이웃을 돕는 이런 일들은 복음 사역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돕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전도를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정치적 성향도 없고, 지역을 섬기는 일에 생색내지도 않는다. 이웃을 돕는 것 자체에 우리 공동체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동협의회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권 목사는 "다른 지역에서도 교동협의회를 조직하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고 들었다.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사실 우리도 다 잘 한다고는 말 할 수 없다. 다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만큼은 교회가 할 일이라 생각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7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