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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hwan86 2012.06.02 22: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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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은 한 몸”
교단·교파 다른 서울 후암동 9개 교회 
“동네 불우이웃 함께 섬기자” 수년째 자선활동… 
성탄절엔 한가족처럼 예배

지난 21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작은 모임이 있었다. 매달 한 번씩 어김없이 출석률 100%로 만나는 사람들. 한 명은 후암동장, 나머지 9명은 모두 목사들이다. 이름하여 ‘교동(敎洞) 협의회’. ‘사회’와 ‘교회’가 나눈 말들은 이러했다.

“작년에 비해 우리 동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늘었습니다. 지금 300가구가 넘어요.”(안중규 동장) 그러자 목사들이 앞다퉈 입을 열었다. “지원을 늘려야겠네요.” “그러면 쌀 말고도, 간장·된장 등 생활필수품을 담은 ‘생필품 키트’를 만들어 원하는 분께 드리는 건 어떨까요.” 그리하여 ‘사랑의 쌀 나누기’ ‘청소년 가장 가구 72곳 결연’ ‘매주 300명 독거(獨居)노인 도시락 배달’ 등, ‘후암동 9형제 교회’의 기존 이웃나눔 프로그램에 이날로 ‘생필품 키트 나누기’가 추가되었다.

후암동 9형제 교회. 매년 90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모아 동네 어려운 이웃 돕기에 앞장서는 교회들이다. 교단도, 교파도, 교회 규모도 모두 다르다. 그저 서울 시내 같은 동(洞)에 자리한 이웃사촌일뿐. 그런데 이들은 연중으로 지역 섬기기 활동을 공동으로 펼친다.

▲ 후암동‘9형제 교회’목사들이 월례모임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순 한영복 전두선 유수인 손상률 성홍모 김세진 목사와 안중규 후암동장. 권정희 조진형 목사는 모임 직후 급한 교회 업무 때문에 함께 촬영하지 못했다. /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교회와 동사무소가 함께 지역사회를 섬긴다”는 뜻을 담은 ‘교동협의회’가 결성된 것은 IMF 한파(寒波)가 몰아치던 지난 1997년 겨울. 중산층이 몰락하고,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후암동의 주민들 중에서도 하루하루 생활이 버거운 ‘우리이웃’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이때 개별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던 목사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부터 힘을 합치자”고 했다. 이렇게 해서 ‘협의회’가 구성됐다. 남산중앙교회(유수인 목사) 산정현교회(최상순 목사) 숭덕교회(권정희 목사) 영주교회(성홍모 목사) 중앙루터교회(한영복 목사) 후암교회(손상률 목사) 후암백합교회(김세진 목사) 후암제일교회(조진형 목사) 등 후암동 내 여덟 개 교회가 뜻을 모았고, 2년 전엔 금성교회(전두선 목사)도 동참했다. 후암동 9형제교회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들 교회가 이웃 돕기에 쓰는 금액은 연간 9000만원 정도. 교회 규모에 따라 후원 액수도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내놓는 이름은 ‘후암동교동협의회’ 하나다. 후암동은 계속 인구가 줄어드는 곳이지만 교회끼리 교인 확보 쟁탈전도 사라졌다. 성탄절 오후 예배는 아홉 개 교회가 함께 올린다. 지난해엔 아홉 개 교회 교역자 50여명이 연합찬양단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성가(聖歌)를 선물했다. 완벽하게 한가족, 한형제가 된 것이다.

현재 교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정희 목사는 “교회 생일이나 위임식 등을 찾아다니며 축하하고 자주 만나고 부인들까지 친할 정도가 되니 같은 교단 목사들만큼 친해졌다”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데 교단이나 교리는 따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상률 목사는 “교인 증가가 아니라 후암동이라는 공동의 목회 토양을 어떻게 잘 가꾸느냐가 우리들의 목적”이라며 “그 덕에 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교인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중규 후암동장은 “서로 다른 교회가 공동으로 지역을 위해 이렇게 큰 돈을 내놓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형제처럼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지키면서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동네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입력 : 2006.07.27 00:14 04' / 수정 : 2006.07.27 00:16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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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607/2006072700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