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12.20 17: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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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었다.

-2009년을 보내면서 -

 

예년처럼 7월 마지막 주간 산상부흥회가 열렸다. 이번에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참가 신청이 저조하고 집행부나 봉사에 참여하기를 기피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럴수록 차분하게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고(恩顧)가 있을 것을 기대했다.

 

저녁식사 후 두툼돌 찬양이 열심히 진행되는 동안 나는 첫 집회에 전할 메시지를 다듬고 있을 때다. 아직도 저녁식사가 다 끝나지 않은 6시 20분경. 어느 전도사가 내 방문을 두드리며 “목사님 혹시 김예승이가 여기 오지 않았어요? 조금 전 아이가 없어졌어요.”라고 했다. 나도 조금 전 본 일이 있었다. “어디 있겠지. 빨리 찾아보도록 해요”하고도 불길한 생각이 스쳐갔다. 옥상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산으로 개울로 흩어져 아이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방송도 하고 안팎에서 소동이 나는데 그때만 해도 이 녀석이 혼자 어디 숨어있거나 잠들었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있는 곳이 없었다. 예배시간은 가까워오는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예배시간 직전에 이런 소동을 치르며 오늘 집회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아이가 있어야 될 텐데 전혀 흔적이 없다. 본당 안에서는 할머니들이 소리내어 기도를 하고 밖에서는 모두들 이름 부르며 찾아다니고, 참 가관이 아니었다. 나는 옥상에 올라가 생전 하지 않던 스타일의 기도를 했다. <이때야 말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셔야 될 때입니다. 기적을 보여주십시오. 여기 모인 사람들이 이 처참한 광경을 보고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날은 어두워 옵니다. 이 아이가 어디 있습니까? 방금 있던 아이가 땅속으로 꺼졌습니까? 하늘로 솟았습니까? 하나님이 숨긴 것밖에 달리 설명이 안 됩니다. 이유가 뭡니까? 왜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하십니까? 어떤 이유라도 좋으니 돌려만 주십시오. 뭐든지 순종하겠습니다.> 참 피를 말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고 비교적 총명한 아인데 길을 잃을 리도 없다. 당장 8시부터 시작되는 부흥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부흥회 주제가 <행복한 그리스도인>인데 이처럼 불행한 사태를 놓고 어떻게 그 집회를 인도한단 말인가? 8시 정각에 부목사를 불러놓고 “예배 시작 못한다. 9시까지 기도회 인도해라. 내가 9시에 내려와서 집회 취소하고 밤새 기도회 인도하겠다.”하고 올라왔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둠이 깔리는 밖에서는 곳곳에서 “예승아!” 하고 찾아다니는 청년들의 소리만 옥상까지 올라왔다.

 

성경책을 펴놓고 위기를 당했을 때의 사건들을 찾아 메모하고 찬송을 여러 개 고르고 있었다. 참담한 심정이지만 내가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 “전화가 왔어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운동장을 내려다보니 청년들 몇 사람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골짜기에서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이다. 눈물이 핑 돌면서 손에 맥이 탁 풀어졌다. <살았다! 주여 감사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는 사건이다. 다들 이런 것을 기적이라 하고 간증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기적이 반복되면 못살 것 같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