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12.06 17: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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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눈에는 부처처럼 보인다.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無學大師)사이에 주고받았다는 일화가있다. 하루는 이성계가 왕사(王師)인 무학과 마주 앉아서 장기를 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해학(諧謔)과 농담을 할 수 있는 무관한 사이였다. 왕이 먼저 무학에게 오늘은 서로 흉허물 없이 농담을 한마디씩 하자고 제의했다. “대사! 과인이 대사의 상(相)을 자세히 보아 하니 대사는 꼭 돼지같이 생겼소이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무학은 조금도 언짢은 기색 없이 “허허, 그러실테지요” 하면서 순순히 그 말을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잠시 후 무학은 “소승이 전하의 용안을 뵈오니 꼭 부처님처럼 보이옵니다”고 했다. 그 말에 이성계는 정색을 하면서 “이보시오 대사, 오늘 우리 서로 농담을 하기로 했지 않소?”하고 핀잔을 주듯 대꾸를 했다. 무학은 “그렇지요. 소승도 전하에게 농담을 한 것이외다”고 했다. 이성계는 “그렇다면 과인이 고명하신 대사를 돼지에 비유하여 모욕적인 말을 했거늘 어찌 대사는 과인을 부처님과 같다고 하시오”라고 하며 매우 민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학은 태연한 어조로 “원래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처럼 보이는 법이랍니다”고 응수했다. 그렇다면 “돼지 눈에는 돼지처럼 보이는 법”이라는 말이 아닌가? 이성계는 무릎을 탁 치면서 “역시 높은 경지에 있는 대사의 기지(奇智)에 경탄할 뿐이오”하고 말문을 닫았다고 한다.

 

어떤 안경을 끼고 보느냐에 따라서 비춰지는 사물의 색깔이 달라지듯이 마음의 눈도 어떤 시각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세상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게 인식된다. 갓난아이처럼 깨끗한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순수하고 바르게 보일 것이다. 순수하지 못하고 삐뚤어진 마음의 상태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경우 모든 것을 뒤틀린 상태로 인식하게 된다. 때묻지 않은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며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사람이라야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