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11.29 17: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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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알아보는 눈(2)

 

성경에 나오는 인물 가운데 여리고 성의 기생 라합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여호수아의 군대가 요단강 동편 싯딤에 진을 치고 여리고에 정탐꾼을 보냈을 때다. 여리고는 모압에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고장이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너는 즉시 여리고를 함락시켜 버리면 그 여세를 몰아 가나안 전역을 단숨에 석권할 수가 있다. 지리적으로 중요한 것만큼 여리고는 성벽이 이중으로 축조된 요새지(要塞地)로서 쉽게 함락시킬 수 없는 곳이다. 지금은 팔레스틴 해방기구의 도읍지이지만 옛날 그 당시에도 번성된 도시였기 때문에 라합은 그곳에서 여인숙과 같은 접객업소를 경영했다. 여호수아가 보낸 이스라엘 첩자도 먼저 그 집으로 들어갔고, 그 낌새를 알아챈 여리고 왕도 사람을 라합에게 보낸 것을 보면 라합과 그 집은 여러 사람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틀림없다. 왕이 보낸 관헌이 라합에게 “네 집에 들어간 그 사람을 끌어내라”고 명령했을 때 라합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과연 그 사람들이 내게 왔었으나 어디서 왔는지 나는 알지 못하였고, 그 사람들이 어두워 성문을 닫을 때쯤 되어 나갔으나 어디로 갔는지 내가 알지 못하나 급히 따라가면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고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정탐꾼이 들어오자마자 당국에 신고를 했겠지만 라합은 그들을 지붕위에 있는 삼대 밑에 숨겨주고 거짓말로 관헌을 따돌려버렸다. 라합이 목숨을 걸고 그런 모험을 한 것을 보면 그도 역시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호수아의 군대가 여리고성을 함락시킬 때 모든 사람이 다 진멸 되었으나 라합과 그의 가족은 무사히 구원을 받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에 라합의 인생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살아갔다. 복음서 기자는 라합이 살몬의 아내가 되어 보아스를 낳았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을 낳았다고 했다. 결국 라합은 이스라엘 최고 명문인 다윗왕가의 조상이 되어 그 이름이 예수님의 족보에 올라있다(마 1:5). 전통적으로 유대인 사회에서 이방인과의 결혼은 금지되어 있었고, 특히 기생의 신분인 라합의 경우 상상이 안 되는 일이라고 본다. 저간에 가려져 있는 살몬과 라합의 러브 스토리는 알 수 없으나 역시 라합이 사람 보는 안목 하나는 뛰어났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