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0.02.27 15:04:49
1948

동량지인(棟樑之人)

 
 
   옛날부터 지성과 인격을 고루 갖춘 사람을 인재(人材)라고 한다. 입신양명하여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고 나라에 공을 세우는 인물일 경우 큰 재목이라 하여 흔히 ‘동량지인’이라고 한다. 건물을 세우는데 소요되는 많은 자재들이 있지만 그중에도 기둥이나 들보가 중심을 잡아주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에도 예루살렘 초대교회의 장로였던 야고보를 기둥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기둥이 될 만한 재목이라면 우선 크고 곧아야 되며 건물의 무거운 하중을 받쳐주면서 잘 견뎌 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건물이든지 기둥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자재들이 연결되고 이어지기 때문에 항상 제자리에 서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성경에는 온갖 역경과 시험을 이기고 초지일관 믿음을 지키며 자기의 사명을 다한 사람에게 하나님 성전의 기둥이 되게 해 주신다고 했다(계 3:12).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난공불락의 쇠기둥과 놋성벽이 되게 하시겠다고 약속했다(렘 1:18). 오랜 세월 만고풍상을 겪으면서 지붕과 벽이 무너져 내려도 홀로 끝까지 버티고 서서 모진 세월 험악한 역사를 증언하는 기둥을 연상케 한다.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보면 재목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남의 자리에 앉아서 분수에 넘는 역할을 하려다가 역사를 그르치고 자기도 불행하게 된 사례가 많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기둥이 될 수 있는가? 아무리 출중한 외모와 많이 배운 지식과 뛰어난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는 사람의 됨됨이를 논할 수는 없다. 자기를 낮추는 겸손함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끌어안는 도량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명사의 어록에 기둥이 되는 조건을 소개하였는데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기둥이 되려면 뭐니 뭐니 해도 목수의 눈에 찍혀야 된다. 밀림 속에 있는 수많은 나무들이라도 목수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기둥에서 제외된다. 일단 목수가 지정만 하고나면 그 나무는 전기톱으로 잘려 쓰러진다. 수십 년 자란 나무가 밑둥치에서 잘려 나갈 때는 엄청난 파열음을 내면서 주위의 잔 나무들까지 쓰러뜨리기도 한다. 그만큼 아픔이 크다는 뜻이다. 넘어뜨려진 나무는 지체 없이 가지를 치고 껍질을 벗기고 필요한 길이로 토막을 낸다. 그것을 뗏목으로 엮어서 물속에 오래도록 담가 놓는다. 거기서 진이 빠지고 결이 삭아진 다음 목수가 먹줄을 놓아 용도에 맞게 손질을 한다. 울창한 삼림 속에서 튼튼한 가지와 싱그러운 잎새의 그 우람한 자태는 찾아볼 수도 없고 그냥 벌거벗겨져서 깎이고 빼앗긴 초라한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그제야 비로소 나무는 목수의 의도대로 쓰일 수 있는 재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