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0.02.20 15: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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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모르는 자의 탄식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마을에는 가장 힘이 있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집안이 있었다. 상당한 재산도 있는데다가 가족 모두가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자랑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집에는 딸들도 있었지만 아들이 5형제였는데 모두 다 잘생긴 얼굴에 공부도 비교적 많이 한 사람들이었다. 그 집안의 이야기는 다른 마을 사람들까지 알아줄 만큼 형제들이 똘똘 뭉쳐서 무슨 일만 생기면 힘을 과시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의 아버지가 병을 앓고 드러누웠다. 병원에서 고치지 못한다고 하자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도 하고 백방의 노력을 하였으나 병세는 호전되지 않고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60세 정도 되었는데 정성껏 간병을 하던 자녀들이 아버지의 숨지는 모습을 보면서 비통해 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아버지가 숨을 거두려고 하자 5형제가 방문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어떤 놈이든지 우리 아버지를 잡아가겠다는 놈이 있으면 이 앞에 나와 봐라. 우리 5형제가 이렇게 버티고 서 있는데 절대로 못 데려간다”하고 크게 소리 질렀다. 그 상황이야 말로 죽음 앞에서 힘없이 주저앉는 인간의 허탈한 발악 그 자체였다.

 

   유명한 전도자 무디(D. L. Moody)의 설교에 인용된 예화가 있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많은 재산으로 부러울 것이 없이 살고 있던 어느 부잣집에 절망의 먹구름이 덮였다. 그 외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고통 속에서 죽어가던 아들이 아버지께 강청하기를 “아버지, 마지막 부탁입니다. 내 영혼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라고 했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영혼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기도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기도는 누구에게 어떻게 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시간에 아들은 눈을 감고 말았다. 기도를 강청하며 죽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슬픔에 잠긴 아버지는 이렇게 부르짖었다고 한다. “내가 내 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할 줄만 알게 된다면 내 재산을 모 두 다 내어 놓겠다!” 이와 같이 가슴을 찢는 그의 부르짖음은 이미 때를 놓친 다음에 오는 절규였다.

 

   누구나 입만 벌리면 할 수 있는 기도인 것 같아도 그게 전혀 안 되는 안타까운 인생도 있다. 누구에게나 다 맞이하게 되는 죽음이지만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허황된 실체도 드러날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찾아오는 인간의 한계를 아는 것이 지혜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자와 마주하는 기도의 통로가 열려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행복임에 틀림이 없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