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0.02.12 15: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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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별 


 
 
   젊은이의 죽음은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에 애틋하고 슬픈 여운을 오래도록 남겨놓는다. 그렇지만 개중에는 그런 슬픔 가운데서 오히려 은은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신앙인의 죽음이 그렇다고 본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에 많은 국민은 그분의 생애와 아름다운 정신을 높이면서 오히려 부러워하고 존경심을 가지기도 했다. 또 한사람 작년 5월, 5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가 남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에세이집에는 그동안 힘든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을 예견하였고 자기와 주변 사람들에게 삶의 진솔한 면을 보여 주었으며 누구보다도 불행했을 법한 조건이었음에도 모든 것을 불평이나 원망이 아닌 감사와 행복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분들을 보내는 주변의 사람들은 인간적인 슬픔을 뛰어넘어서 고차원적인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곤 한다.

 

   미국의 어느 어촌 마을에서 고기잡이로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다. 여덟 살짜리 외아들 로미(Romy)가 전염병으로 고열에 시달리며 고통하고 있었다. 로미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던 부부는 아들의 병세가 절망적인 상태로 죽음이 임박한 줄 알았다.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로미야! 넌 이제 세상을 떠날 시간이 된 것 같구나”라고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 내가 죽는단 말이요?”하고 물었다. 그때 아버지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아들의 손을 붙잡고 “응, 그래. 그렇지만 너는 조금도 두려워 할 것 없어. 오늘 밤부터 네 곁에 예수님이 계시는 거야. 이제부터는 예수님과 천사들과 한 집에서 더 재미있게 살게 되는 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뱃속에서부터 예수님을 믿었고, 주일학교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배운 총명한 아들 로미는 고통 속에서도 “예, 알겠어요. 아버지, 이제 내가 죽더라도 울지 마세요. 저는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되니까요”라고 하면서 부모를 위로하였다. 잠시 후 로미는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로미의 부모는 슬픔에 잠겨 울었다. 그렇지만 로미의 그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면서 아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마음에 담았다. 하나님께 선물로 받은 사랑하는 아들을 주님의 품으로 보내면서 지난 8년간 청지기로 정성껏 가꾸었던 일들이 너무나 행복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