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08.28 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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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시절에 만난 사람(1)

 

 며칠 전 사무실로 손상률 목사를 찾는다는 전화가 왔다. 이름과 전화번호 메모한 것을 주면서 40여 년 전 나와 군대 생활을 같이한 친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이름이 기억에서 살아나지 않았다. 그냥 넘기려다가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쪽에서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주 반갑게 “손상률 목사님이시죠? 목사님과 5군단 작전처에서 같이 근무했던 윤우웅이를 기억하시나요?”하는 것이다. “글쎄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하며 얼버무리자 다시 “목사님은 그때 타자병이었고 나는 차트병으로 같은 사무실에 있었잖아요” 그제야 목소리 주인공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내가 작전지시나 명령문 같은 것을 타자해 주면 그것을 브리핑 용 차트를 그리곤 했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은 나의 고향이 거제도라는 것, 그 당시 부처에서 교회에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나 혼자 열심히 다니며 힘들게 지냈다는 것, 자기도 나에게 전도받아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것 등 당시의 일들을 기억하며 늘어놓았다. 그리고 내가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할 줄 알았는데 어디에 사는지 알 수가 없어서 늘 찾으려고 애를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후암교회 시무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아들이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준다고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 사람은 경기도 여주에 살면서 페인트와 광고업을 하는데, 간판을 그리고 현수막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했다. ‘배운 도둑질’이라고 군대에 있을 때 차트를 만들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더니, 그 소질을 그대로 살려서 그것으로 먹고 사는 것 같았다. 나도 그때 타자기 앞에 앉아 쉴 새 없이 글쇄판을 두들겼는데, 지금도 매일같이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치며 글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때 교회를 몰랐던 그 사람은 나와 상담을 하고 생전 처음 교회로 나가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여주 중앙감리교회 장로로 섬기며 온 가족이 경건한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데, 감리교 신학대학을 나온 따님이 같은 학교 출신 남자와 결혼하여 군목생활을 하는 사위를 두었다고 했다. “나는 제대한 후로 당신을 한 번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했더니 그분 말에 자기는 나를 한 번도 잊지 못했다고 했다.

나를 자기에게 전도해서 구원받게 해 준 사람이라고, 만약 자기가 연예인처럼 유명 인사였더라면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나를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전도를 잘 못하는 사람인데 어쩌다 나를 통하여 이런 훌륭한 신자가 생겼다는 게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목회자의 삶 가운데 이런 보람이 있어 행복을 느끼게 된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