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07.05 11: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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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사진

 

 

   물속에서 개구리와 금붕어와 거북이가 좋은 친구로 어울려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금붕어와 거북이가 어릴 때 사진을 가지고 와서 그때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서로 예쁘다고 뻐기며 자랑을 한다. 개구리도 집으로 달려가서 엄마에게 어릴 때 사진을 달라고 했다. 엄마 개구리는 속으로 ‘그 사진을 가져갔다가는 친구들에게 창피 당할 텐데......’라고 걱정하면서 장롱 속에 깊이 숨겨둔 사진을 꺼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금붕어나 거북이 뿐 아니라 개구리 자신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개구리가 아니라 그냥 점 하나에 가늘게 붙어있는 꽁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릴 때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옛날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좋은 환경에서 고생을 모르고 자란 사람에게는 행복한 추억이 있을 수 있지만, 간혹 가난하고 어려운 세월을 힘겹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아픈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좋았던 것이나 나빴던 것을 막론하고 어릴 때의 일들은 자기의 잘나고, 못남 때문이 아니라 가정의 환경이나 시대적 상황에 연유된 것이 많았다고 본다. 다만 현재 그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고, 또 지난날의 일들을 현재의 위치에서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통하여 격동하는 시대를 살아온 사람치고 어떤 종류든지 애환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초라했던 올챙이가 자라서 개구리로 변신했을 때 애써 이를 부정하거나 미화하려 드는 일이다. 사진에서 꼬리를 잘라내고 뒷다리와 앞다리를 붙이는 등 억지로 자기를 과시하기 위하여 남을 깎아 내리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곤란하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올챙이 적 사진이야 말로 오늘의 개구리에게 행복의 이유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며 자랑스러운 간증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옛날 모세는 이스라엘의 후손들에게 아비에게 물어보고 어른들에게 물어보아 지난 일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사도 바울은 자기의 삶의 흔적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들을 있는 그대로 시인하면서 “나의 나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였다. 진정 올챙이 적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야 인생의 의미를 알고 주어진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