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05.25 11: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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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불출(八不出)이면 어떻다더냐. 

 

   옛날 사람들은 사내가 자식이나 아내 자랑을 늘어놓게 되면 모자란 사람 또는 바보 취급을 하곤 하였다, 심하게는 자식 자랑하는 자는 반쯤 맛이 가버린 사람, 아내 자랑하는 자는 완전이 맛이 가버린 미치광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도 했다. 지금이야 젊은이들은 아내를 여왕마마처럼 떠받들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간 데마다 자식 자랑과 손주들 이야기로 수다를 떨어도 별 허물로 보이지 않는 때가 되었다. 그렇지만 남자가 밖에 나가서 자기 마누라 자랑이나 늘어놓고 다닌다든지, 집안에서 아내 눈치나 보며 숨을 죽이고 산다면,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여기기 일쑤이다. 아직 한국의 어머니들은 사위가 딸 앞에서 굽신거리는 것은 애정으로 봐주고 높은 점수를 주지만, 아들이 며느리에게 기죽어 지내는 것을 보면 ‘못난이 등신’또는‘팔불출이라고 하며 열을 올린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족 구조가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어 졌고, 또 남편 중심의 가부장적 힘의 축이 점차 아내 중심으로 이동해 버렸다. 이와 같은 현실은 사회적 문화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이루며 이미 정착된 지 오래 되었다. 옛날처럼 남편은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대주(大主)이고, 아내는 집안에서 가사나 돌보는 아녀자로 취급할 수는 없다. 사회적 활동 영역이나 직업 또는 가족 부양의 책임 같은 것에 남녀의 구별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판에 가정에서 부부간에 힘의 우위를 논하거나 자존심의 대결을 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문제는 가족간에 불협화음을 줄이고 어떻게든지 화목을 이룰 수 있는 건전한 가정생활을 도모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이가 든 부모는 자식들의 살아가는 생활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온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골에 사는 노인네들이 자식집에 자주 드나들지 못하도록 아파트 이름과 동수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느니, 자식 집에 무엇을 주고 싶으면 택배로 보내거나 경비실에 맡겨 놓고 전화를 해야 된다는 등 이런 말이 회자되는 오늘의 풍토 속에서 개탄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래도 부모된 사람에게 한가닥 남아있는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자식들 부부가 부모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다. 오히려 “등신이면 어떻고 팔불출이면 어떻다더냐?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너희들 이나 탈 없이 살아다오!” 이런 푸념이 대다수 부모들의 희망이 되어 버렸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