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05.18 14: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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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선생님의 프로근성

  

   막내딸의 식구가 선교사로 파송받고 오사카에 이사를 간지 3년이 넘었다. 거기 가자마자 여섯 살과 네 살 된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일본말 한마디 못하는 어린것들을 보내 놓고 내심 많은 걱정을 하였다. 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이지매(따돌림)현상이 심하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얼마를 지나고부터 둘 다 일본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빨리 적응하게 되어 안심을 하였다. 지난 4월 초 일본에 갔을 때는 작은 아이의 소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봤는데 구김살 하나 없는 의젓한 모습이 영락없는 일본 아이들 그대로였다.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학생들의 복장이 자율화 되었으나 일본은 우리나라 60년대처럼 복장뿐 아니라 걸음걸이와 행동까지 규율 속에 매여 있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자부심과 책임성 있는 프로근성은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고 여겨졌다.

 

  얼마 전 어느 언론사 기자가 도쿄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자기 아이를 맡았던 일본인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기쿠치 히로미 선생님’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4년 전 그가 일본에 갔을 때 처음 만나게 된 유치원 선생님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여섯 살 된 아들의 입학원서를 들고 유치원에 갔더니 접수 담당자가 “우리 유치원에는 외국 아이가 한명도 없습니다. 몇 년 전 한 아이가 왔으나 적응하지 못하여 넉 달 동안 매일 울다가 결국 못 견디고 나갔습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는 더욱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으나 한 달 후 개학식 날 담임선생을 만나고 그 모든 염려가 싹 없어졌다고 했다. 그날 아이 손에 들려 보낸 선생님의 엽서에는 서툰 한글로 “처음 뵙습니다. 저는 기쿠치 히로미입니다. 잘 부탁합니다”고 하는 자기소개가 적혀 있었다. 3일 후에 다시 선생님이 보낸 엽서를 받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며칠 동안 선생님이 관찰한 자기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설명해 주고 ‘잘 적응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 “저는 00군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고 한국어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독학이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어쩌면 단 한 명뿐인 외국 아이를 위하여 이렇게 세심한 배려와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 이런 선생님의 뜨거운 열정과 투철한 책임의식이 일본인 선생님들의 기본적 소양인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일본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준법정신을 잘 지킨다고 들어왔다. 그게 우연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인 선생님들의 프로근성이 몸에서 베어 나온 결과일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