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05.11 11: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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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는 하였지만...

   

   부산 지역의 어느 교회는 예배당 바로 앞에 있는 술집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었다. 그 집에 불이 났는데 술집 주인은 교회의 목사님을 걸어 경찰서에 고소를 했다. 내용인즉 교회가 공식기도 때 술집이 없어지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기 때문에 자기 집이 불타 없어졌다는 것이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서에서 목사님을 불러 놓고 교회 때문에 화재가 났으니 손해배상을 해 달라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 배상이라는 말에 놀란 목사님 “기도는 그렇게 했지만 설마 그래서 불이 났겠능교”하며 발뺌을 했다. 취조하던 경찰관이 목사님에게 “간절히 기도할 때는 언제고, 응답되니 발뺌을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이냐?”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 집에는 4남매의 자녀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있다. 큰딸은 서울에, 아들 둘은 미국과 캐나다에, 막내딸은 일본에서 산다. 식구들이 각각 다른 나라에서 살다보니 아이들을 보고 싶을 때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또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명절 때 다른 집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자식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일본 갔을 때 막내딸이 “우리 가족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사는 것은 순전히 아빠의 기도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옛날부터 가정예배 때 이 아이들이 장차 오대양 육대주를 활동무대로 주름잡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곤 하였다. 어릴 때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외국에 나가 생활하면서 그게 다 아버지의 기도대로 응답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위 둘과 아들 둘이 모두 목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우리를 보고 참 복이 많다고 한다. 사실 우리도 이 일에 대해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인간적인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이따금씩 “자식이 여럿이면 뭘 해, 있으나 마나인 걸!”하며 혼자서 푸념을 하면 듣고 있던 아내가 “그것 다 당신 기도대로 된 것 아니냐?”고 말한다. 나는 아이들이 목사안수 받던 날 가족들과 예배하면서 “이 사람은 오늘부터 내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입니다”고 기도했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그들이 주님 사역을 하는데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나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또는 저희들도 머리가 커 버려서 그런지 어쩌면 아비의 의중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도대로 되었으면 불만이 없어야 하는 것인데 ......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