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09.02.01 10: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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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울창하게 되면


   흔히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정치를 하거나 세상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큰 안목으로 넓은 세계의 그림을 그려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중심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부분적인 것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챙기려고 분별없이 뛰어들거나, 무엇이든지 단숨에 끝을 내고 승부를 보겠다는 조급한 생각들은 그리스도인의 성향과는 거리가 있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미래지향적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일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한걸음씩 그 기초를 다지는 자세로 지혜롭게 행동한다. 나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숲이 짙어지면 호랑이는 저절로 찾아드는 법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호랑이뿐만 아니라 모든 야생 동물들은 깊은 산 속이나 울창한 숲과 같이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선호 한다. 먼저 그들의 서식처가 만들어져 있으면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지만, 숲이나 자연을 황폐하게 해 놓고 억지로 잡아다 놓더라도 남아 있지 못한다는 이치일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인데도 나를 어떤 사람이 될 것이라고 여기셨든지 나에게 꼭 필요한 명언을 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높은 지위와 명예만 탐내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것은 무모함을 지나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자리에 오르고 무엇이 되겠다고 소리치지 않더라도 먼저 실력과 인품이 갖추어져 있으면 다른 사람이 찾아와서 모셔다 앉히게 되는 법이다. 누가 심고 가꾸는 일은 게을리 해 놓고 탐스럽게 잘 익은 과실만 따 먹겠다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리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한다고 말할 것이다.

   숲을 울창하게 가꾸어 놓으면 언제 어디에나 적재적소에 가져다 쓸 다양한 재목이 자라게 된다. 그렇지만 산을 황폐하게 버려둔 채 거기에서 크고 좋은 재목을 구하겠다고 기대한다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국가나 사회 또는 어떤 공동체든지 이기적인 자기 욕심을 앞세우는 발상을 할 때는 희망적인 일을 기대할 수 없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먼저 그 나라와 의를 이루게 하면 그 속에서 나의 꿈도 이루어진다는 이 진리를 터득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향하는 ‘건강한 교회 행복한 성도’의 이상도 바로 이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