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9.28 1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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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사는 아이따족 (2)

   필리핀 선교지에 갔을 때 피나투보산 속에 사는 아이따족을 방문한 것은 지금까지 가 보고 온 어느 선교지 보다도 깊은 인상을 간직하게 하였다. 피나투보산의 높고 큰 산맥을 따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산족을 찾아 들어 가는 것이 용이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마을이 있는 곳에 어디든지 찾아 가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먹을 양식을 비롯하여 일용품들을 나누어 주며 그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복음을 전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산족마을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는 산타 훌리아나 아이따 교회에서 산악용 트랙킹카를 타고 험한 산길을 1시간가량 올라가서 첫 번째 마을에 있는 불라칸 르호봇 아이따 교회에 도착했다.

    마을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 사는 집단마을의 형태를 갖춘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에 대나무 가지를 걸쳐 그늘을 지어놓은 움막 같은 게 고작이었다. 어떻게 연락이 되었던지 약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일 년 내내 기후가 더운 곳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의복이라고는 벗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신발도 신지 않고 있었다. 까무짭짭한 피부에 체구는 필리핀 사람들의 평균보다도 훨씬 작고 깡마른 모습이었다. 우리 일행이 가면서 쌀 몇 부대와 빵을 사 가지고 갔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배급받기 위해 학수고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선교사의 말에 의하면 그 정도의 보급품으로 그 마을 사람들이 일주일 정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처럼 하루 세끼를 먹는다거나 하는 식사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나 생기면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어두고 그 다음부터는 굶고 지내는 것이 일상으로 되어있다고 했다. 맨발로 다니다 보니 발바닥은 짐승처럼 굳어 있지만 상처가 나거나 헌데가 생겨도 약품이 없기 때문에 곪고 부어올라 결국은 절단을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많은 어린이들이 모여왔는데 그들의 동그랗고 빛나는 눈망울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호적도 없고 사회적 관리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학교도 못가고 세상 구경도 못하며 그 산속에서만 맴돌고 있을 이 불쌍한 어린이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 선교사로부터 편지가 왔다. 내가 전해준 돈으로 상당기간 식량을 해결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교회에 광고하여 샌들 같은 신발이나 헌옷가지, 학용품 같은 것을 모아 주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여기서는 쓸모없어 버리는 것이 무엇이나 그곳에서는 귀하게 여겨지는 것이라고 하면서.......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