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9.07 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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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의 눈물


    명향식(明香植) 전도사님은 평안도 출신의 여류 부흥사로서 전국을 휩 쓸며 부흥의 불길을 붙였던 신령한 인물이었다.

   62년쯤인가 나는 부산에서 거리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고 명향식 선생의 부흥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내가 처음 들은 그분의 설교는 생나무 껍질을 벗기듯이 강하게 다가왔고, 설교를 듣는 청중들에게 통절한 회개를 하게 하였다.

   그날 했던 설교중에 ‘감자 꽃의 눈물’이라는 그분의 간증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분이 어느 시골교회에 부흥회를 인도하러 가서 겪었던 일이라고 했다. 낮 공부를 마치고 점심식사 후 집사님을 따라서 들판에 나갔더니 넓은 감자 밭에 여기저기 예쁘게 핀 감자꽃이 있었다. 도시에 살던 그분이 감자꽃을 처음 보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아름다와 한참동안 서서 감상을 했다. 그런데 정작 그 밭의 주인되는 집사님은 드문드문 피어있는 감자꽃에 다가가 그 목을 잘라 버리곤 했다. 의아하게 여긴 명선생은 “집사님! 이 예쁜 꽃을 왜 그렇게 잘라 버리세요?”하고 물었더니 집사님의 대답은 “선생님 이놈은 꽃이 피면 뿌리가 자라지 못합니다. 지금이라도 꽃을 잘라 버려야 뿌리를 키울 수가 있답니다.”고 하였다. 속으로 “아! 그렇겠구나.”하고 수긍은 하였지만 못내 잘려나가는 꽃이 아깝고 가여워 보였다.

   잠시 후 목이 잘려나간 그 자리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것을 보고 그냥 주저앉아 그 꽃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가엾은 감자야! 꽃이 잘려 나가고 아파서 눈물을 흘리는구나! 그동안 오래도록 모든 진액을 쏟아 예쁘게 피워 놓았건만 주인의 손에서 잔인하게 잘려 나갔으니 얼마나 아프고 섭섭하겠니? 그래도 참아라. 너는 숙명적으로 아름다운 꽃을 가질 수 없는 몸이란다. 주인은 너의 그 화려한 꽃잎 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뿌리를 더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지!”

  한참 꽃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자기 자신에게 설교를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나도 내 청춘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단다. 그런데 나의 주인 하나님은 그 꽃을 그냥 두지 않고 꺾어 버리시더구나. 나의 그 고고하고 자랑스럽던 인생의 꽃이 잘려 나갈 때 그 아픔 견디기 힘들어 많이도 울었지. 그렇지만 내 인생의 꽃이 화려해 지면 십자가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다는 거야. 그렇다는 걸 어쩌겠니, 아파도 참아야지.”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