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4.27 1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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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이 급해서...

 

  경남지역에서 활동했던 선교사 중에 호주선교부 소속의 맹효은 선교사에 관련된 일화가 많이 남아있다. 그 당시 선교사들은 한국인 조사(助事)를 두고 선교사가 이동할 때는 가방을 들고 수행하며 모든 뒷수발을 들게 하였다. 맹효은 선교사에게는 웅천교회 출신의 주집사(朱執事)라는 분을 조사로 두었다. 처음에는 이름 없는 시골교회의 집사가 서양인 선교사를 가까이 모신다는 것을 엄청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충성을 다하여 봉사하였다. 그런데 오랜 시간 생활을 같이 하다 보니 선교사의 약점이 눈에 들어오고 또 이곳의 사정이 어두운 선교사에게 이따금씩 골탕을 먹임으로써 자기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는 등 요령을 부리기도 했다.

  주조사가 들고 다니는 선교사의 가방 안에는 사탕이 담긴 깡통이 들어있다. 선교사는 걸어갈 때나 기차를 타고 멀리 갈 때 자신은 사탕을 먹으면서 주조사에게는 맛 좀 보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주조사가 “한국 사람은 흔히 음식 끝에 마음이 상한다”고 하면서 불평을 했다. 선교사는 마지못해 사탕을 두 개쯤 주었는데 주조사는 한꺼번에 입에 넣고 와자짝 깨먹었다. 보고 있던 선교사가 “그 귀한 것을 천천히 녹여 먹어야지 깨먹으면 어쩌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주조사는 “성질이 급해서 그만...”하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선교사가 어느 시골교회 영수님 집을 방문했는데 여름인지라 마당에다 거적을 깔아놓고 식구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영수님이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 태산처럼 담긴 보리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선교사도 군침이 돌았다. 사실 매운 고추를 그것도 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주조사가 접시에다 고추 몇 개를 담아 고추장과 같이 선교사에게 드렸다. 선교사는 그중에 약간 붉은 색깔을 띠고 큼지막하게 생긴 것을 골라 고추장에 푹 찍어서 입에 넣고 우지직- 씹었다. 순간 입안에서 불이 붙은 듯 펼쩍펄쩍 뛰면서 두 손을 내 저으며 비명을 지른다. 얼굴에는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일그러졌고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만하다. 선교사가 진노한 목소리로 노려보며 “조사! 참으로 나빠요!”하며 소리를 쳤는데, 주조사 왈 “천천히 핥아 먹을 것이지 왜 깨어 먹었능기요?”라고 능청을 부렸다. 선교사의 대답도 역시 “성질이 급해서 그만....”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