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3.30 18: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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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는 속옷을 잘 입어야

 

   옷을 잘 입어야 그 사람의 맵시와 품격이 돋보이게 되는 것은 확실하다. 값이 비싸고 이름 있는 브랜드의 명품도 좋지만 우선 입는 사람의 몸에 맞고, 보는 사람에게도 편하게 여겨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사시사철 양복을 입고 살아야 되는 사람이지만 신체적으로 아무 옷이나 편하게 어울리는 체형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있다.

   내가 부산 있을 때는 남포동에 있는 ‘당코리’라는 양복점에서 옷을 자주 해 입었다. 서울에 온 후에도 몇 년 전까지 그 집에 가서 맞춰 입곤 했다. 그 가게를 경영하는 이영재 사장은 남성 패션문화를 선도하며 그 방면에 이름이 알려져 있는 분이다. 옷값이 엄청 비싸지만 몸에 맞게 잘 해 주기 때문에 오래도록 이용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사장님과도 인간적으로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그분은 스물두 살부터 바느질을 하여 국가기능 1급 재단사 자격을 받고 40년 동안 ‘양복쟁이’로 외길을 걸어왔다. 이분이 한창때는 한 달에 300-400벌씩 양복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자기 손으로 지은 양복만 10만 벌이 넘는다고 한다. 이 사장이 자기 양복점에서 새 옷을 입어보는 고객들에게 반드시 하는 말은 “신사는 속옷을 잘 입어야 된다”는 것.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겉으로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도 밑바탕의 기본을 바로 잡지 않으면 맵시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우 이치에 맞는 지적임에 틀림이 없다.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젊은 시절 “뼈와 근육 등 인체의 구조를 완전히 알아야 더 좋은 양복을 지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대중탕의 목욕관리사(때밀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곧 바느질이나 디자인의 기술보다 먼저 속에 있는 체형과 구조를 아는데 심혈을 쏟았다는 것이다. 이분이 지난 28일 부경대학교에서 패션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나는 그 신문기사를 보고 즉시 축하 전화를 걸었다. 그는 몹시 반가와 하면서 “목사님 덕분에 지금 교회에 나가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고 감사하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3년 전부터 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손에서 옷감을 누비는 바느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영재 사장의 빠른 쾌유와 함께 더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기쁨의 통로가 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