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3.22 18: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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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의 경계는?

 

   한 달 전 뇌출혈로 쓰러진 병사를 국군 수도병원에 후송시키고 오던 육군 헬리콥터가 양평 근처 용문산에 부딪혀 추락한 일이 있었다. 이 사고로 헬리콥터 승무원과 군의관 등 7명의 아까운 사람들이 순직하였다. 간호장교 선효선 대위는 세 살짜리와 이제 5개월 된 두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선 대위는 그날 당직이 아닌데도 위급한 병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추리닝 차림으로 출동했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던진 사람들이다.

   요 며칠 사이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알려지면서 모든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다. 한때 이름 있는 야구 선수가 네 모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암매장한 후 자기도 한강에서 자살을 했다. 또 지난 크리스마스 날 자기 동네에 있는 열 살, 여덟 살짜리 두 소녀를 죽이고 시체를 토막내어 땅에 묻거나 개천에 던져 버린 사건도 일어났다. 연일 뉴스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분을 느끼게 되고 또 한편으로 인간에 대한 회의를 가지곤 한다. 언제까지 사람의 생명이 이처럼 몰지각하고 사나운 손길에 의하여 무참히 유린되어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자기의 소중한 것과 목숨까지 내어 놓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애꿎은 생명을 이유 없이 짓밟아 놓고 유유히 활보하는 야수같은 인간도 있다.

인간의 심성을 겉으로 나타난 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멀쩡한 허우대만 보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옛날 어느 임금이 화공에게 천사를 그려 오라고 했더니 방실 방실 웃는 아기에게 날개를 붙인 그림을 그려왔다. 여러 해 후 이번에는 악마의 그림을 그려 오라고 했더니 그 화공은 감옥에 가서 한 흉악범을 찾아내어 머리에 뿔을 달아 악마의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악마의 모델이 된 그 흉악범은 옛날에 화공이 그린 천사의 모델의 그 갓난아기였던 것이다. 웃는 얼굴에 날개를 붙이면 천사가 되고, 찡그린 얼굴에 뿔을 달면 악마가 되는 것이 인간의 이중적인 구조란 말인가? 참으로 예수가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