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1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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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주기도문을 못 외우다니

 

      오래전 부산에서 목회 할 때 있었던 일이다. 교역자들이 돌아가면서 새벽기도를 인도하였는데 어느 부교역자는 예배 인도를 할 때마다 주기도문을 틀리게 하였다. 앞에서 인도하는 교역자가 틀리게 되면 교인들이 혼란해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 되는 것을 보고 교역자 회의 때 그 사람에게 “당신은 목사가 되어가지고 어떻게 주기도문을 제대로 못 외우느냐?”고 질책을 했다. 그랬더니 본인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다고 우긴다. 모든 교역자들이 다 한 글자를 틀리게 한다고 했더니 그가 사용하는 찬송가를 가져와서 표지 안쪽에 있는 주기도문을 읽어 내려가는데 거기 있는 글자는 평소 그가 외우는 것과 똑 같았다. 그는 평소 주기도문을 할 때 책을 펴 놓지 않으면 못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의아해 하며 “그러면 여태껏 그걸 못 외우느냐” 고 했더니 그의 말에 외우기는 외우는데 처음부터 틀리지 않기 위하여 책을 펴놓고 하는 버릇이 들어서 지금도 책을 펴 놓지 않았다가는 ‘틀리면 어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도저히 외울 수 없다고 하였다. 거기서 밝혀진 것은 그 사람이 쓰는 찬송가에는 글 한자가 틀리게 인쇄 되었다는 사실과, 처음부터 책을 보고 하는 버릇이 들게 되면 언제까지나 책을 펴놓지 않고는 불안해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교회에도 대표 기도를 하는 분들 중에 미리 기도문을 적어 와서 읽는 경우가 많다. 중직자들 중에도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고, 또 혼자서 하는 기도는 잘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대표기도를 하라고 하면 그냥 식은땀을 흘리며 몸이 굳어지는 것 같은 공포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분은 목사에게 ‘다른 것은 시키는 대로 다 하겠으니 기도는 시키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나는 기도를 인도하는 사람들이 준비 없이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설교도 착실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야 말로 매우 정중하고 성실한 자세로 준비하여야 된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기도의 책임을 맡은 분들은 모든 회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준비하는 훈련이 필요 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일반 교인들은 설교하는 사람이 원고를 읽고 있거나 거기에 치중하여 회중과 눈을 못 맞추면 은혜가 안 된다고 하듯이 기도를 인도하는 사람이 그냥 원고만 읽고 있으면 영감이 없는 것처럼 생각한다. 다들 기도 시간에 눈을 뜨고 보지는 않을 것인데 직접 보는 것처럼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내가 잘 아는 어느 장로님으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그분이 부산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있었는데 기독교 재단에 속한 그 학교에서는 교사와 직원을 채용할 때 세례교인 증명서와 담임목사님의 추천을 받아서 교사를 채용한다고 했다. 그 학교에서는 매일같이 교장이나 교감선생님의 주재로 경건회를 가졌는데 거의 모든 선생님이 기도 차례가 되면 진땀을 흘리는 풍경이 벌어진다. 어느 날 경건회 시간에 기도 당번이 기도를 하다가 중단을 한 채 시간이 흘러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선생님들이 눈을 떠 보았더니 그 선생님은 자리에 없고 책상 밑에서 무엇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내용인즉 기도문을 읽어 내려가던 중 선풍기 바람에 준비한 종이가 날아가 버리자 소리를 내지 않고 그것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예배시간 대표기도와 관련하여 웃지 못 할 해프닝은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기도를 잘하는 것도 하나님의 은사이지만 다른 한편 신앙생활의 훈련임에 틀림이 없다. 나의 지론은 평소 준비는 착실히 하되 원고를 보지 않고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출처 : http://www.huam.org